중 핑안보험 'HSBC지분' 사들인 이유

2018-11-09 11:10:25 게재

'IFRS9 도입 대응' 분석 … '보험 회계기준 적용 유예 여부' 다음주 결정

중국 핑안보험이 지난 6일 HSBC 홀딩스 지분 14억1800만주를 추가로 확보해 총 지분율 7.01%로 HSBC의 최대주주가 됐다. 핑안보험은 지난해 말 HSBC홀딩스 주식 10억8000만주를 사들인 이후 1년간 꾸준한 추가 매수를 통해 지분 보유량을 늘려 왔다.

표면적으로는 HSBC홀딩스와 핑안보험의 위상이 역전된 모습이다. 16년 전에는 HSBC홀딩스가 핑안보험의 최대주주였다.

사실 핑안보험이 HSBC홀딩스의 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단순하다. 'IFRS9'이라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중국 경제일간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핑안그룹은 "이것이 단지 보험자금의 재정적인 투자일 뿐"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 적용되는 금융상품 회계기준인 IFRS9이 도입으로 인해 보험회사의 투자 논리에 큰 변화가 생겼다. 보험회사의 자산 배분 선호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핑안그룹은 작년부터 HSBC홀딩스와 공상은행 H주(홍콩증시 상장) 등과 같은 대형 우량주 주식 보유를 계속 늘려왔다.

A주(중국 본토 증시 상장) 중에서는 화샤은행에 장기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이사를 파견했다. 화샤은행은 배당금이 높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를 보이고 있어 IFRS9로 인한 조정이 가져오는 자산 변동을 헤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보험사들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분주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 셈이다.

IFRS9은 국내 금융회사들에도 이미 적용된 회계기준이다. 다만 보험회사만 예외적으로 적용이 유예된 상태다. '보험부채 평가를 시가로 평가'하는 기준인 'IFRS17'을 2021년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IFRS9 적용도 함께 늦춰졌다.

지난해 5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IFRS17 기준서를 확정 발표하면서 2021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 시스템 구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의 요청에 따라 1~2년 유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6일 유럽과 한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보험협회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도입 시기 연기를 요청하는 합동 서신을 보낸 바 있다. 이 합동 서신을 보내는 데 중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14~15일 영국 런던에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사회 안건으로 △IFRS17 도입 유예 여부 △IFRS17 유예시 IFRS9 병행 유예 여부 및 유예 시기 등이 올라 있다.

한편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2021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를 잇따라 발행하면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약 1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진행해 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