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가치와 노동조합의 역할

2018-11-22 11:03:25 게재
이인상 한국노총 (전) 공공연맹위원장

요즈음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사법농단과 사립유치원 비리 등을 보면서 한때 중앙에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우리사회의 공적기능, 그리고 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란 무엇인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 가치에는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 그리고 윤리적 가치가 함께 내재돼 있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방어하고 권익을 증진시키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작게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크게는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견인하고 지원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아직도 노동조합을 자신들의 밥그릇이나 챙기는 이익집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노동자, 사회연대 새 모델제시

하지만 노동조합은 2016년 촛불시민 혁명에 동참했고 그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사람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사회 저변에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자는 목소리와 실천의지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기획재정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인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행정안전부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을 위한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을, 그리고 국민권익위는 '반부패 5개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간 재벌기업인 SK 최태원 회장도 취임 20주년행사에서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할 것을 구성원들에게 주문하는 등 민간과 공공기관에서 사회적 가치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40만 공공노동자가 연대해 만든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은 박근혜정권이 불법 탈법적으로 밀어붙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문재인정부가 폐지하자, 공공노동자들이 그동안 받은 인센티브 성과금 1600억원을 반납해, 그 기금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우리사회 공공성을 확대하고자, 지난해 말 발족한 것으로, 노동운동이 사회연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양대 노총, 사회적 가치에 앞장서야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시장이 끝없이 발전하리라는 믿음을 깨고,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기술발전의 위험을 극복하기위해서는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3부문(the Third Sector)을 강화하는 연대와 봉사 정신에 의한 새로운 사회로의 대 전환이 요구된다"고 했다.

양대 노총 공공노동자들이 함께 설립한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소득불균형에 의한 사회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 공적기능을 이윤추구로 이용하는 비 윤리의식과 법 앞에 평등하다는 기본가치를 저버리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사회적 병폐 등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나서야한다.

특히 가치 중심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국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대중 조직인 양대 노동조합 총연맹이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나설 때, 비로소 우리사회 도덕성이 회복되고 사회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인상 한국노총 (전) 공공연맹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