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별기획 - 국책연구기관장에게 듣는다│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종합과세 기준 200만원까지 낮출 수도"

2018-12-17 11:25:56 게재

복지확대·남북경협에 대규모 재정이 필요하면 간접세 증세 필요

소득세 과세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간접세 인상 정당성 확보

근로소득 면세자 많은 것 보다 심각한 소득양극화 문제 삼아야

내년 예산 충분히 확장적이지 않아 … 세수추계 정확도 높일 것

"우리나라 조세체계 정상화를 위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사진 이의종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임대소득과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취약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특히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2000만원에서 장기적으로는 200만원까지 낮추고, 대주주로 제한돼 있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지출 확대와 남북관계 개선 등 급증하는 재정수요에 맞춰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분야의 증세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자산소득 과세 사각지대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재정확충을 위해선 간접세 증세가 불가피한데 직접세인 소득세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간접세를 올리면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처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 위원이기도 한 김 원장은 조만간 특위가 발표할 재정개혁 권고안에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방안 등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올 4월 조세재정연구원장에 임명됐다. 14일 서울 반포동 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에서 김 원장을 만나 조세재정 현안에 대해 들었다.

■국회에서 통과한 2019년도 예산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양적으로 새해 예산이 올해보다 상당히 증가했지만 현재 경제상황에 비추어 충분히 확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도 초과세수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 이렇게 세수가 증가할 것을 예측했다면 올해 예산을 더 많이 썼어야 한다. 세금이 들어오는데 쓰지 못하고 남는다면 긴축재정을 한 셈이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30조원에 육박하는 올해 초과세수를 예산으로 사용했어야 한다고 보면 그것에 비해선 내년 예산안의 증가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좀 더 확장적인 자세가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법안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세부담이 늘어나는 납세자 수나 세수효과 등을 볼 때 종부세법 개정안이 그렇게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보면 종부세 보다 대출규제나 공시지가 현실화가 큰 역할을 했다. 아직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세금부담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특히 고가의 부동산일수록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낮은데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도 자본소득,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 조세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자산소득이 임대소득과 금융소득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부동산 이외에 추가적인 부동산을 가지고 임대소득을 얻는 부분에 대한 과세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은 현재 연간 2000만원 이상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과세하지만 그 미만은 분리과세해 낮은 세율을 매기고 있는데 아주 소액이 아니면 정상적으로 과세해야 한다. 개인이 2000만원, 부부가 합쳐 4000만원의 소득을 이자나 배당으로 올린다면 굉장히 큰 액수다. 이렇게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 중에는 근로소득이 1억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모든 소득을 합쳐 종합과세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추자는 재정특위 권고가 반영되지 않았는데

너무 급격하다는 지적이 있어 1000만원으로 한 것인데 반영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200만원 정도로 낮춰도 된다고 본다. 재정특위가 상반기에는 종부세 등에 집중했는데 하반기에는 자본소득, 금융소득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어 포괄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중요하다. 주식양도차익이야말로 소수에 집중돼 있다.

배당소득의 경우 상위 1%가 전체 배당소득의 75% 정도, 또 상위 10%가 95~96%를 가져간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배당소득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선 대주주에 대해서만 종합과세되고 나머지는 25% 정도의 낮은 세율이 부과되는데 이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

주식양도차익과세 등을 정상화한다고 세수가 많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한 과세가 정상적으로 돼야 간접세 분야에서 과세를 확대할 수 있는 정당성이 생긴다.

장기적으로 복지지출 확대와 남북관계 개선 등으로 돈 쓸 일이 계속 늘어난다. 큰 폭의 재정확대를 위해선 간접세 증세가 필요한데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또 과세 사각지대에 있는 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돼야 간접세를 높일 수 있다.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도 역진적 성격의 간접세인 유류세 인상에 반대해서 벌어진 것이다.

■50%에 육박하는 근로소득 면세자부터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면세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 정부가 추구해야할 정책적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사회에서 소득의 분포가 어떻게 돼 있느냐이다. 소득분배가 안 좋은 사회는 당연히 면세점 이하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소득양극화이지 면세점 이하 납세자가 많다는 것이 아니다.

국민개세주의에 어긋난다고 하는데 소득세를 안내도 간접세는 누구나 내고 있다. 그리고 직접세 분야에서도 조금이라도 내도록 하기 위해 주민세도 있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남북관계 개선 등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남북관계의 경우 당장 철도건설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많은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고 해야할 일이 아닌가.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독일의 경우 '연대세'를 만들고 다른 종류의 세금도 많이 올렸다. 또 국채도 많이 발행해 해결했는데 우리는 독일보다 훨씬 취약한 상황이다. 당시 독일은 해외에 투자한 것도 많았고, 발행한 국채를 해외자본이 많이 사주었다.

우리는 채권에만 맡길 순 없고 결국 재정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평소 역진적인 성격 때문에 간접세 확대에는 반대해왔지만 국가적으로 큰 일이 있다면 당연히 간접세 분야도 세 부담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접세는 세율을 조금만 올려도 세금이 크게 증가한다. 이렇게 늘어난 세금을 사회안전망 강화에 투입해 소득이 취약한 계층을 지원하면 국가의 조세수입과 재정지출이라는 전체적인 활동을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연구원의 내년 중점사업은

중장기 조세정책, 예산사업 평가 , 거시 재정정책 방향 등 기본적인 연구 분야 외에 세수추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와 국세행정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려 한다. 특히 그동안 세수추계는 기획재정부에서만 해왔는데 내년부터는 연구원에서도 국세청 등의 자료를 받아 세수추계 작업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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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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