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A 한국협회 "차등의결권 도입, 투자자 피해 우려"

2019-01-24 11:47:27 게재

"지나친 경영권 보호 및 도덕적 위험 초래"

차등의결권 도입은 지나친 경영권 보호와 도덕적해이와 같은 위험을 초래해 투자자보호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차등의결권제도는 최대 주주 등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해당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23일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한국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금융투자업계, 국회 전문가들은 최근 도입논란이 일고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에 대해 '1주 1의결권'이 좋은 기업 지배구조의 기초라며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제안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날 CFA협회 록키 텅 아시아본부 자본시장정책국장은 '차등의결권 제도의 선과 악 그리고 부작용' 보고서를 인용하며 지난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의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사례와 미국 각 기업의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사례를 들어 제도 도입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텅 국장은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에서 차등의결권 구조를 가진 일부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많은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수한 의결권을 요구하는 시간 기반의 일몰 조항, 사건 기반의 일몰 조항, 그리고 최대 투표권 차이의 제한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익 국회예산처 경제분석실장은 "차등의결권 제도는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장치를 어느 수준에서 할 것인지와 일반적인 투자자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라며 "경영진과 외부투자자간 정보비대칭 문제를 줄이고 경영자와 투자자와의 소통 노력, 투자자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 이원일 제브라자산운용 대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샤오미 상장 때문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는데 샤오미는 상장 이후 주가가 40%나 빠지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며 "우리나라처럼 자본시장 경험이 짧은 곳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권 행사를 하는 기업의 경우 실적과 주가는 더 좋아질 수 있고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이 있으면 오히려 투자하려는 벤처투자자들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지게 돼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에는 경영권 방어장치 등이 이미 마련되어있어 지난 10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적대적인 인수합병은 10년 동안 단 한 건에 불과했다"며 "주주 입장에서 소송 외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1월 18일 15면 '9년간 상장와 기업 적대적 M&A 단 한건' 기사 참조)

이는 외국 투기자본 등에 의한 경영권 위협 때문에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의 근거가 빈약함을 보여준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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