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호사카 유지 세종대교수

"일본 도발에 한국이 말려들고 있다"

2019-01-25 11:29:43 게재

레이더 공방, 초계기 논란 개별 대응 잘못 … 일본 의도 정확히 읽고 외교전략 세워야

지난해 연말 레이더 조사 논란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해를 넘기더니 최근에는 해상초계기 위협비행으로 급선회했다. 일본이 계속 도발하고 우리 정부가 사실관계 해명과 항의로 대응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시간만 흐르고 결론은 없다. 레이더 논란에 이은 초계기 논란이 잠잠해지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그만큼 일본의 도발은 전략적인 구상 속에서 전술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정부는 사안별 실체규명에만 집중하면서 아베정부의 계산된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역사 문제 등에 대한 탐구의식 등으로 한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해 잘아는 인물로 정평난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생활 15년째인 2003년 한국인으로 귀화해 독도지킴이 등을 자임하고 있다. 사진 호사카유지 교수 제공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정확한 의도를 읽지 못한 채 너무 미세 대응에만 신경 썼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호사카 유지 교수와의 일문일답.

■ 레이더에 이은 초계기 위협비행 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오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장기화된다고 보나.

지금 일본은 여러 가지 경색된 외교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데 한국이 타깃이 될 만한 요소가 있다. 일본의 군사적 도발에 말려들어 한국이 잘못 대응하면 그것을 빌미로 삼을 의도를 갖고 있다. (갈등이 커지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위한 회의가 시작될 텐데 거기에서 강제징용 판결문제나 위안부 합의 문제 등을 일괄적으로 포함시켜서 일본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려고 하는 전략이 있다. 사실 일본은 지금까지 그렇게 움직여 왔다.

이에 반해 한국은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았고, 개별적인 레이더 문제, 초계기 저공비행 문제도 개별적 사안으로 처리해 온 느낌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교전략의 일환으로 이 부분을 봐야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청와대가 늦게나마 국방부가 발표하려 했던 '자위적 조치 취하겠다'는 문구를 못하게 했는데 이런 것이 중요하다. 외교적으로 너무 군사적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안 된다. 청와대 안에서도 일본의 외교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저도 언론에 얘기했고 앞으로 한국 안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강하게 나오리라 생각한다.

■ 외교전을 치르는 관점에서 군사도발을 다뤄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외교전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옳다'고 호소하는 힘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개별적인 전략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대한) 호소력이 아주 약하다. 이런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인 호소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이쪽의 추측이다. 추측이라 할지라도 역사적으로 그랬다는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나하나를 분리시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덩어리로 일본이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맥락에서 일본에 말려들지 않도록 국제적인 발신력을 좀 더 강화시켜야 한다. 그런 전문가들이 대단히 필요하다.

개별적인 내용만 아주 현미경 같은 눈으로 보면 절대 안된다.

■ 지금까지 사안별로 대응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게 해 오니까 하나 끝나면 다른 식의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 전략과 전술을 구별해야 한다. 한국은 전술에 너무 집중하는데 일본은 전략 안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전술을 쓴다. 일본은 사무라이 나라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강하다. 한국도 이제 전략과 전술의 구별을 해야 한다. 전체적인 외교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본의 도발이 계속되는 이유는 뭔가.

단기적으로는 개헌문제와 아베정권의 지지율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한반도가 너무 중국이나 북한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통해 한미일 삼각구도를 복원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이 관심없기 때문에 일본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말려들면 절대 안된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앞뒤가 안 맞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일본의 대응 방식은 일관성이 있다. 일단 일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다음에는 앞으로 한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해 일본이 절대 위협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 뒤에서는 한국의 도발을 유도하는 작전을 쓰는 것이다. 이런 것에 먼저 말려들어가면 안된다.

■ 23일 초계기 위협당시 국방장관이 직접 대응하려다가 '톤다운'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는 것인가.

청와대나 NSC 등 컨트롤타워에서 자주 회의를 열어 그런 관점을 가져야 한다. 청와대 안에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방치하면 개별적인 관료들의 힘이 세지게 된다. 안 된다. 일단 행정부를 움직이는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대통령이고 청와대 아니냐. 거기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전략이나 전술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큰 흐름의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본을 무시하고 방치했다가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일본은 이것(레이더, 초계기 논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이 있다. 그렇기에 귀찮다거나 방치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 최근까지 일본 도발에 대한 대응을 국방부에만 맡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국방부에게 너무 맡겨 버리면 자칫 컨트롤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국방부, 군부만 강해지만 안 된다. 원칙적인 문민통제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 군사적 대응 역시 외교전략 아래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군사도 외교의 연장이다. 전쟁도 외교의 연장이다. 선진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이것을 따로따로 다루면 큰일 난다. 예전 일본이 외교와 군부가 따로 놀았기 때문에 태평양전쟁에 돌입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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