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21세기 세계의 미래"
퓨처맵 대표 파라그 카나
국제관계 전문가로 지정학컨설팅업체 퓨처맵 대표인 파라그 카나(사진·42)가 신간 '아시아가 미래다'(The Future is Asian)에서 펼친 주장이다.
에스콰이어지 선정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75인', 세계경제포럼 선정 '영 글로벌리더'인 그는 "아시아는 배타적 블록 아닌 유연한 스펀지"로 "서구의 쇠락 이후 아시아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조지타운대, 런던정경대에서 수학했으며 브루킹스연구소, 뉴아메리카재단,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스쿨 연구원을 지냈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스쿨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중심의 아시아를 탈피한 책"이라며 "서구의 일반 사람들에게 '아시아는 중국 이상의 무언가'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프리즘을 규정한 서구 학자들에겐 '21세기란 과거의 미소 경쟁처럼 미중 경쟁이 단순 반복되는 시기가 아니다'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 책은 사실 아시아 사람이 규정하는 '새로운 아시아에 대한 관점'이다. 그는 신간에서 "아시아의 '아시아화'(Asianisation)가 21세기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 사람들은 지난 500년 동안 식민시대 또는 냉전시대를 겪으며 자신보다 식민 군주나 서구 동맹들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 아시아의 아시아화를 통해 스스로를 직시하고 있는 중이다.
아시아의 아시아화라는 개념을 통해 동남아시아는 인구규모와 다양성, 경제적 잠재력 등에서 비슷한 유럽처럼 범주화된다. 그는 "아시아는 블록(block)이라기보다 스펀지(sponge)"라며 "이는 상대방 문화에서 배우는 능력으로 발현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의 쇠락 이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라는 질문에 답하려 노력하는 학자,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카나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을 다극화되는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중 간 교역에 정치적 리스크를 끌어들이면서 중국 기업들은 비로서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은 미국의 퀄컴이나 인텔과 같은 기업들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일본이나 한국 독일 등으로 눈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는 중국인을 빼고도 35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는 서구에서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라며 "슬프지만 식민주의와 냉전의 권력 때문에 서구의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대륙의 나라들보다 아시아의 이웃 나라들과 더 많이 거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2019년 1월 21일 13면 '글로벌 가치사슬 요동친다' 22일 13면 '글로벌 수요, 신흥국에서 폭발' 참조).
신간 '아시아가 미래다'는 아시아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현 위치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다양한 데이터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중국 에디터인 제임스 킨지는 "이 책은 누구나 참고할 수 있을 만큼 믿을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카나의 사고틀은 모든 형태의 연결성이다. 그는 "전 세계의 진짜 싸움터는 공급망과 혁신 부문"이라며 "부, 특히 미 달러로 표시된 부는 더 이상 권력과 등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학자이자 저술가인 카나는 외교관 가문의 자제다. 그는 유년시절을 인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보냈다.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가 대학을 다녔다. 덕분에 동서양을 연결하는 관점을 갖고 있다. 그의 관점에서 중동은 '서아시아'(West Asia)다.
그는 "아시아의 어떤 가치가 50억인구를 한데 묶어줄 것인가 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며 "아시아의 가치는 '유교적 온정주의'에서 기반한다고 본다. 자본주의와 사회적 보호주의가 기술관료적 지배와 결합해 아시아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50억 아시아 인구가 집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하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그는 아시아의 무력감이 아시아의 관점에서 사상을 관점을 논의하는 단일한 출판물 등이 없다는 데서 비롯했다고 본다.
한편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과 그에 대한 아시아 일부의 반발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는 "일대일로는 열악한 인프라에 대해 중국과 일본 인도 미국 등이 '군비경쟁'을 하도록 촉발했다"며 "군비경쟁 가운데 최고의 형태는 바로 인프라 경쟁"이라고 말했다.
리콴유스쿨은 "그의 신간은 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유토피아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점차 커지는 아시아의 영향력을 다양한 사실로 증명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