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례 '근로' 대신 '노동'으로

2019-02-26 11:05:40 게재

서울시의회 정비 나서

"일재 잔재 청산 일환"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조례에 포함된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바꾼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 일환이다.

25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권수정(정의당) 서울시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서울시 조례 일괄 정비를 위한 조례'가 22일부터 진행 중인 285회 임시회에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를 통과했다.

조례 핵심은 '근로'라는 명칭을 '노동'으로 바꾸는 것. 권 수정 의원은 "근로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 '근로보국대' 등 식민지배 논리를 위한 용어로 빈번히 사용됐다"며 "기업과 정부에서 노동운동을 경계해 노동을 대신해 쓰기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달 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서울시 비정규직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등 고용환경 개선 지원 조례'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 조례' 등 각종 조례에 포함된 근로와 근로자라는 명칭이 노동과 노동자로 바뀌게 된다.

권수정 의원은 "이념 대립과 노동운동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노동절 대신 근로자의 날을 제정하는 등 억압의 수단으로서 노동 대신 근로를 널리 사용하기도 했다"며 "노동과 근로 표현은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지만 노동자가 일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존엄을 함의한 표현은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제강점기인 1923년 2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노동절을 주창했지만 박정희정권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근로자의 날로 명명하고 날짜도 당초 5월 1일에서 3월 10일로 바꿨다. 1994년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과 맞춰 5월 1일로 변경했지만 이름은 그대로다.

권수정 의원과 조례를 공동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6명에 따르면 노동이라는 명칭을 되살리는 일은 '노동존중특별시'를 자처한 서울시 흐름과도 맞다. 시는 올해 일자리노동정책관을 노동민생정책관으로 바꾸는 등 조직 재정비도 하고 있다. 정부 역시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 등 노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권 의원은 "노동존중 서울특별시 완성과 함께 국가 전반에 걸쳐 노동을 존중하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 관련 조례안에 포함된 근로 명칭을 노동으로 정비하기 위한 '서울특별시 교육·학예에 관한 조례 일괄정비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다. 역시 권 의원을 비롯한 17명이 공동 발의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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