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지진, 지열발전소가 원인"

2019-03-20 10:44:31 게재

정부 조사연구단 발표 … 경북도·포항시 반발 확산 조짐

경북 포항에서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원인이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지난 1년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하며 촉발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열발전은 지하 4㎞ 이상 깊이에 구멍 두 개를 뚫어 한쪽에 물을 주입해 뜨거운 지열로 데우고, 이때 발생한 수증기를 다른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에너지분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결과에 따라 정부가 해야할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두 번째로 큰 지진이다. 당시 지진 발생 이후 과학계에서도 진앙이 지열발전소와 6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주장해왔다. 진원은 지진을 일으키며 에너지가 처음 방출된 곳이고, 진앙은 진원에서 수직으로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이다.

앞서 지난해 4월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바 있다.

한편 경북도와 포항시에서는 이번 발표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그동안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발표를 앞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대응방안을 구상했다.

구체적으로는 유발지진과 자연지진, 촉발지진 등 3가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대응방안을 모색해왔다.
유발지진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인해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자연지진은 지열발전소와 상관없이 단층 등의 자연적 요인에 의해 지진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촉발지진은 자연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인해 지진 발생을 촉발했다는 의미다.

이번 발표로 포항시는 현재 정부를 상대로 진행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항시는 지난 1월 포항시민 일부가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원할 근거도 마련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포항지역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을 중심으로 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포항시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시민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함께 지열발전소 폐쇄, 포항시의 정신적·경제적 피해에 대한 정부지원대책수립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9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한 결과가 나와야 하며 조사결과에 따라 정부에 추가 조사를 요구할지, 시민과 피해 소송을 제기할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진 연관성 여부를 떠나 지열발전은 반드시 폐쇄하고 정부가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최세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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