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작가

강남 클럽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공공연히 벌어져

2019-03-22 12:22:47 게재

한국은 마약청정국커녕 '마약 집중지'

가출청소년들, 불법성매매 . 마약에 노출

서울 강남의 ‘버닝썬 사태’는 화려한 밤을 누렸던 클러버(클럽에 다니는 사람)들의 세상을 대낮 길거리에 끌고 왔다. 주원규 작가(사진)는 버닝썬 사태보다 한발 앞서 이 세상을 광장으로 끌어내려 했다. 6개월간 강남 클럽가의 주류배달원, 수리기사, 콜카(유흥업소 등으로 여성들을 데려다주는 차) 기사 등으로 일하며 목도한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그래서 쓴 소설이 ‘메이드 인 강남’이다. 21일 서울 충무로 사무실에서 주 작가를 만났다.
사진 이의종
■ ‘메이드 인 강남’ 제목의 뜻은 뭔가.

강남을 취재하면서 인상깊게 들었던 이야기가 “강남만이 진정한 대한민국이다. 나머지는 쓰레기 하치장이다”라는 말이었다. 한 번 들은 것도 아니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사회의 상위 0.01% 사람들의 인식이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자신들이 선도하고 있으며 자기같은 사람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산다는 뼛속 깊은 우월감과 영웅의식을 일부 상위층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이 사는 강남에는 그들이 자기 욕망을 배설할 수 있는 하부구조가 동시에 존재했고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클럽같은 플랫폼이었다. 그 이상하고 기괴한 딜레마가 넘치는 곳을 비판하고 싶었다.

■ 2016년에 6개월의 잠입취재를 했다고 들었다. 몇 군데 정도의 클럽을 거쳤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클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흥주점,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는 곳, 아예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곳들이다.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거나 무허가라고 추정되는 곳들은 2차 성매매 장소로 이용되곤 했다. 이들을 모두 합쳐 35곳 정도 되는데 이미 3년 전 상황이니 지금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 6개월 잠입으로 과연 얼마나 속살을 볼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듣고 경험할 수 있었던 부분과 없었던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마약이 유통되는 경로라든지 소스가 어디인지 조달하고 유통하는 조직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클럽 내에서 자기들끼리 연락을 주고받고 은밀히 사용하는 장소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여러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황이나 그 안에서 접대부 등으로 일하는 가출청소년들의 증언으로 유추가 가능한 부분이었다.

■ 애초에 강남잠입의 계기가 사라진 가출청소년들을 찾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저 자신도 가출청소년 경험이 있기 때문에 2012년부터 가출청소년 쉼터를 다니면서 그들과 시간을 보냈다. 글쓰기 지도라는 형태로 시작했지만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검정고시 본다는 아이가 있으면 지원도 하는 식이었다. 쉼터에 있다가 소년원으로 가는 아이들이 많아서 교정시설도 찾아다니며 만나는 일도 개인적으로 해왔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발적 실종’이랄까 사라지는 일이 계속해서 있었고 찾으려고 수소문을 해도 잘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잠입취재를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찾으려다 보니 잠입하게 됐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기 알바로 강남의 여러 클럽을 돌아다니는 주류배달원을 했는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클럽 내에서 상주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길래 클럽 내부도 살필 겸 전기설비를 고치는 단기 알바도 했다. 그래도 못 찾다가 연락하고 지내던 남자아이 중에 클럽 가드로 일하는 애가 있어서 그에게 부탁해 콜카 일을 하게 된 거다.

■ 아이들은 찾았나. 그들은 어떤 상태였나.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만난 친구는 스무 명 정도였다. 이미 불법 성매매 등에 노출될대로 노출돼 정서적으로 위험수준이라고 느꼈다. 견디기 어려운 충격으로 외상장애를 앓는 친구도 있었고, 물뽕같은 마약에 너무 많이 노출돼 정서적으로 황폐화돼 있었다.

■ 가출청소년들이 클럽으로 흘러가는 경로는 뭔가.

영등포 등에 ‘가출팸’이라고 불리는 가출청소년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통상적으로 스무 살 정도 되는 남자들이 대장(짱)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스카우터라고 불리는 강남의 클럽 관계자들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사람을 조달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경로로는 캐스팅 디렉터라는 표현으로 불리는 클럽 관계자들이 가출 청소년들을 상태로 ‘걸그룹을 시켜주겠다’는 식으로 다가가 인맥을 쌓아야 하니 클럽에서 놀면서 편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지금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꿈꾸는 게 아이돌 아니냐. 그런 쪽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유혹에 많이 넘어간다. 예전의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을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생각을 다시 해 볼 텐데 클럽에 대해선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아이들끼리도 단란 나간다 하면 서로 비하하지만 클러버라고 하면 연예인과 어울렸다는 신분과시로 연결된다.

연예인 시켜주겠다는 유혹은 남자아이들에게도 잘 통한다. 싸움실력이 되면 클럽 가드로 가고, 크고 작은 폭행이나 청부폭행 쪽으로 빠지기도 한다. 일부는 호스트로 불리는 남성 접대부가 되는데 그런 일을 하면서 연예인의 꿈을 키운다.

■ 스카우터라고 불리는 클럽 관계자들은 클럽의 ‘MD(클럽의 영업사원)’같은 사람인가.

스카우터가 이른바 ‘포주 MD’ 역할을 한다. 이들의 표현을 옮기자면 ‘세탁이 깔끔한’ 아이들을 클럽으로 데려가는 것을 선호했다. 가출청소년 중에서도 부모의 관심이 없거나, 부모가 없어서 마음대로 해도 문제 없는 친구를 이르는 표현이다.

■ 미성년자들이 어떻게 클럽 일을 하나.

처음에는 그냥 논다고 생각하고 발을 들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빚의 고리에 빠진다. 처음에 가면 성형수술 시켜주고 옷도 사주고 집도 얻어주고 하는데 그게 나중에 보면 빚이 되어 있는 식이다. 또 원치 않는 사이에 마약흡입자로 만들어 버리고, (클럽 출입 등을 위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덧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또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가지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원치 않는 성매매나 이른바 VIP 이벤트에 끌려가는 구조가 된다.

피해를 당하면서도 협박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고 또 하나는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 때문에 학대와 착취를 당하면서도 견디는 아이들이 많다.

■ 이른바 ‘콜걸’ 중에 초등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도 한 적이 있다. 아동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

그렇다. 클럽 손님들이 그 아이들이 미성년자라는 걸 모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들끼리 은어가 있다. 물 좋은 게스트를 일컫는 ‘물게’라는 말 앞에 물자를 하나 더 붙여서 ‘물물게’라고 하면 더 어리다는 뜻이다.

■ 가출 청소년들을 설득해봤나.

해봤지만 제가 말문이 막힌 부분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강남 아니면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더라. 답을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그 아이들의 자리가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다. 제도적으로 가출청소년들의 쉼터도 많고 하지만 결국 이들이 유흥업으로 흘러드는 현장을 보면 이런 제도들은 멀기만 하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은 잉여나 위험한 전염균처럼 취급한다. 보호해야 할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문화를 생각한다면 현재 가출청소년들의 현실을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방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MD들도 그걸 아니까 그 아이들을 데려가는 거다.

■ 오랫동안 이런 현실이 묻힌 이유는 뭐라고 보나.

현장에서 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클럽 내에서 크고 작은 폭행 사건, 성폭행 미수 등이 벌어지고 마약사건도 있는데 경찰들이 출동해도 들어오지를 않는다. 그냥 클럽 바깥에서 클럽 사람들 이야기 듣고 끝이다. 그런 걸 보면 제가 신고해서 문제시한다고 해서 이런 상황이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무언의 공포를 느꼈다.

또 하나 이유로는 클럽에서 놀다 혹시 피해를 당하더라도 자기들이 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라는 식의 인식이 깔려 있다는 느낌도 있다. 놀다가 당한 걸 어쩌라는 거냐는 식의 문화랄까.

■ 버닝썬 사태를 보면 마약흡입은 클럽에서 일상적이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그것도 묻힐 수 있나.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블루오션이다. 클럽들이 중국 MD를 수입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마약 관련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마약사범이 중범죄이기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유통시키고 능숙하게 해낸다. 중국인 고객들도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마약을 하는 게 환경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마약청정국은커녕 마약집중지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그게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마약흡입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안 후 충격은 지금도 강하다.

■ 버닝썬 덕분(?)에 현실을 직시하려는 시도는 있는 것 같다. 반짝 관심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클럽 문화 자체를 문제로 모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클럽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욕망을 불법.편법으로 배설하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하고 감시하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가출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이원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용서받기 어려운 범죄를 저지르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 친구들은 당해도 싸지 왜 감싸고 도느냐는 비난도 한다. 탈선에 대해선 엄중히 처벌하되 그런 친구들도 우리 사회의 구조적 희생양일 수 있으니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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