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뎃잠 자던 '전태일' 따뜻한 집으로
서울시, 전태일기념관 개관
노동특별시 2019 계획도
노동안전관·노동센터 도입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 열사 기념관이 30일 개관한다.
전태일기념관은 서울시가 2015년부터 추진한 노동존특별시 5개년 계획의 결실이다. 국내 유일의 노동복합시설인 기념관은 노동운동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전시공간, 미조직 노동자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사무실, 임금체불·해고·산재 등 부당노동행위를 상담할 수 있는 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김용균씨 사망 사건에서 드러난 산업안전 문제와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 문제를 상기하는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서울시는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전태일기념관 개관을 포함한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9'를 발표했다. 2015년 지자체 최초로 노동행정 개념을 도입해 만든 서울형 노동정책모델을 보완·발전시킨 노동종합정책이다.
2019 계획의 핵심은 노동자종합지원센터 건립과 노동안전 강화다.
현재 12곳인 노동자종합지원센터를 25개 자치구 모두에 세우기로 했다. 지원센터는 체계적인 노동복지를 제공하는 지역밀착형 노동기관이다. 해당 지역 노동환경에 맞는 특화된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미조직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노동조합 설립을 지권하고 영세사업장이 많아 임금체불이 많은 곳은 별도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 보건소, 근로자건강센터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노동안전보건사업을 펼치고 지역복지망을 활용한 맞춤형 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노동안전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사업장 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지정해 현장중심의 자발적 재해예방활동을 펼치고 법에는 담겨 있지만 실효성이 없던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선다. 노동현장 위험 발굴, 개선방안 제시 등을 담당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산업안전보건법 및 가이드라인 준수를 감시하는 노동안전조사관 제도를 도입한다.
특히 유명무실한 작업중지권이 효력을 낼 수 있도록 7월까지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시 관리 사업장부터 우선 적용한 뒤 민간으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작업중지권 방해 행위 사용자의 해당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할 예정이다.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 권익 향상에 힘을 쏟는다. 대리 기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설립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시에 따르면 특수고용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2.9% 수준이다. 시는 대리운전, 퀵서비스, 생명보험설계사 등의 노조 설립 신고를 수리한 상태다.
비정규직을 함부로 뽑는 관행도 없애기로 했다. 시 부서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면 채용목적과 계획을 미리 제출하는 '사전 심사제'를 시행한다. 당장의 비용과 편의 때문에 비정규직, 기간제노동자를 연속으로 채용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노동을 행정의 중심으로 올려 놓는 등 노동존중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전태일기념관 건립은 그 상징적 결과이며 국정 과제로 채택된 비정규직 정규직화 바람도 서울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정책 실현성을 놓고는 좀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안전권 보장 등은 지자체 권한만으론 강제력 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작업중지권 발동 등은 제약이 여전하다. 시 관할 사업장에서는 적용할 수 있다해도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는 데는 정부와 협력이 관건이다. 서울시 의지와 선도적 실천에도 불구하고 저임금노동자 문제, 특수고용노동자 안전 문제 등이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동안전조사관 활동, 작업중지권 실효성 확보 등은 정부와 협치가 핵심"이라며 "그간 서울시 노동정책이 사회 이슈화와 모범 사례 창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민간과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