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내년부터 국채 대거 매입 전망"

2019-05-23 12:01:44 게재

MBS 대체 + 지준금 확충

블룸버그 "10년간 2조달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종료했다고 생각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쯤 연준이 대규모 국채 매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택담보대출(MBS)이 포함됐던 과거의 QE와 달리 이번엔 미국채만 매입대상이다. 하지만 매입 규모는 QE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웰스파고은행 추산을 인용해 "연준이 향후 10년 동안 대략 2조달러 이상의 미국채를 추가 매입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연준 자산 규모는 사상 최대치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계속 재촉하는 QE의 재시행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QE처럼 경제성장을 부양하기 위해 장기금리를 낮추는 목적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던 MBS를 떨어내면서 그 공백을 미국채로 대체하는 것이자 점차 고갈되는 은행 지급준비금을 채우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자산매입을 되풀이하려는 주요한 이유는 회계와 관련이 있다. 현재 시장의 관심사는 연준의 자산 규모에 쏠려 있다. 하지만 연준의 부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무상태표는 자산에 상대되는 '부채' 항목을 같이 봐야 한다. 연준의 부채 항목은 △유통통화 △은행 지급준비금 △미 재무부 당좌예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내일신문 2월 19일자 12면 '미 연준 자산줄이기 올해말 종료될까', 1월 23일자 13면 '연준 자산, 얼마나 줄어들까' 참조).

연준 부채 항목은 미국의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덩달아 커진다. 덩치에 걸맞은 혈액(돈)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채 항목이 커지면 부채와 자본의 합인 자산 규모도 당연히 커진다.

이는 '양적긴축(QT)이 은행의 지급준비금 축소를 불러 일으켰다'는 볼멘소리가 월가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QT를 통해 자산을 줄이는 상황에서 부채 항목 중 유통통화는 경제규모에 따라 늘어난다. 대차의 균형을 맞추려면 부채 항목 중 은행 지급준비금의 몫이 크게 줄어야 한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공개시장조작 점검분석 헤드인 로리 로건은 지난달 "은행 지준금 환경의 변화조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적절한 지준금 규모를 확정해야 미국채 매입량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매튜 혼바치는 "연준이 내년 공개시장에서 2780억달러의 국채를 사들일 것"이라며 "매입량 1/3 가량은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은행 지준금 규모를 억누르는 상황을 막기 위한 용도"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기존의 QE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TD시큐리티스의 글로벌 금리전략 헤드인 프리야 미스라는 "지난 10년 간 국채시장에 있던 사람들은 연준의 향후 국채 매입이 과거 QE와 똑같다고 느낄 것"이라며 "연준이 미국채의 최대 매입자로 다시 등극하면서 국채 시장이 강세장을 연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미국채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채 수익률은 미 행정부가 돈을 빌리는 값을 반영할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에서 자동차 할부, 기업 회사채 등 모든 부문의 금리에 대한 글로벌 벤치마크 기능도 한다.

때문에 연준이 과거 QE 기간 동안 미국채를 더 많이 매입하고 보유할수록 가계와 기업은 더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채 10년물 평균 금리는 2.5% 이하였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10년 동안의 절반 수준이었다.

2008년 QE를 처음 시작하기 전 연준이 보유중인 채권 규모는 9000억달러 이하였다. 2017년 기준 연준은 2조5000억달러의 미국채를, 1조8000억달러의 MBS를 늘렸다. 연준은 그해 10월 QE와 정반대 개념인 '양적긴축'(QT)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서다. 연준은 오는 9월말 QT를 종료할 방침이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연준의 자산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준은 향후 자산을 얼마나 늘릴지, 얼마나 많은 미국채를 매입할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말 대략 2조달러의 미국채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월가는 내년 중반쯤 연준이 사실상 QE 효과를 내는 미국채 매입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웰스파고 추산에 따르면 연준은 2020년대 말엔 현재보다 2배 많은 약 4조4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면 총자산 규모는 5조달러에 육박한다. 반면 MBS 보유량은 현행 1조4000억달러에서 10년 뒤 4000억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TD시큐리티스의 미스라 헤드는 "연준은 내년에만 약 3000억달러 미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일 것"이라며 "이는 내년 미 연방정부의 예상 적자 중 3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내년 미국채 3000억달러의 만기가 돌아온다. 연준은 해당 액수의 국채를 재무부로부터 다시 사들일 계획이다.

한편 연준이 어떤 국채를 사들이냐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연준은 국채 중장기물보다 단기물을 선호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확정된 계획은 아직 없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중장기물 위주로 국채를 매입해왔다. 1년 이하 단기물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연준이 향후 1년 이하 단기 국채를 사들인다면 단기 금리를 낮추게 된다. 그러면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차이가 확대될 전망이다.

캐피털그룹의 채권투자 전문가인 마가렛 슈타인바흐는 "올해 3월 이후 수익률 곡선 역전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며 "연준이 단기 국채를 사들일 경우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수익률 곡선 역전을 막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연준 파월 의장은 이달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의 일환으로, 연준은 보유중인 미국채의 만기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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