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대학입학사정관, 원탁회의│⑤교사들이 생각하는 수업, 평가, 기록은?
"기록평가 객관성 높이려면 낡은 시스템 과감히 정비해야"
고교-대학 소통의 기회 늘리고 투명한 정보공유
성장가능성 높은 학생 대학에서 적극 지원해야
대한민국 교육은 '대학입시중심교육'과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인재양성'이라는 갈등 구조를 안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현장교사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아이들의 성장과 기록,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려는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학생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과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추구하는 교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학생성장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교육현장의 많은 조건이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대학입시 중심의 정책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와 기록 역시 교사들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21일 다섯 번째 원탁토의에서 교사들은, 학생부 공정성과 신뢰향상을 위해서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들도 수업과 평가, 기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고교 교사들은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팩트 위주로 평가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이들의 평생학습과 창의력 향상을 위해 '교과 간 융합수업'이 왜 필요한지 그동안 수업과정을 통해 풀어갔다. 하지만, 현장은 녹록치 않다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다.
일부 시범학습을 하는 학교에서는 융합수업이 가능하지만 갈수록 지속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묵은 정책과 낡은 교육시스템에 짓눌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입시중심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교사와 학생 모두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고 털어놨다. 교사들은 특히, 고등학교 수업 평가는 '학교문화혁신'이고, 방법은 '과정중심평가'를 통한 학생성장,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라며 고교교육의 변화를 주문했다. 부산 한 고교 교사는 "솔직히 교육감 교육철학과 실천력에 따라 수업과 평가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많은 교육혁신 변화를 요구하지만, 교육청(교육감)관심과 역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평생학습 시스템을 기반으로 교육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학생 스스로 발표하고 협동하는 수업을 주문했다. 적절한 학생 수와 교과교실제를 바탕으로 과정중심평가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여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록과 입시제도를 바꿔나가는 기틀을 고교수업에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대학과의 신뢰관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대학(교수)이 수업과 운영과정, 미래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설계하며 학생 교육으로 이어지는지 투명한 공개를 주문했다. 이를 위해 고교-대학 간 토의를 정례화 하자고 제시했다.
△기록과 평가를 넘어 학생 진로까지 연결 △교사 평가 자율권 강화 △고교가 입시중심으로 대학 평가에 종속되지 않도록 시스템 구축 △교과서 내용 순서대로 가르치기 보단 교사 역량에 따라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평가, 기록 일체화 △교사입장에서 학생입장으로 배움의 변화 추구 등을 주문했다.
◆미래사회 적응력 높일 수 있는 융합수업 필요 = 입사관들은 교사들의 수업과 기록, 평가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며 의견을 모았다. 허정은 부산대학교 입학사정관은 "수업과 평가, 기록은 3년 동안 학생과 교사들의 정성과 땀방울의 결실"이라며 "입시만을 위한 학생부기록이 아니라 학생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키 같은 역할이 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탁토의에서 입학사정관들은 △진로희망 분야에 대한 관심과 내용 들여다보기 △학생 인성과 사실적 측면 관찰 △학생의 열정, 성취도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개별화된 특징, 꾸준한 변화에 대한 기록 여부 △학생중심수업. 역량기반평가. 학생성장과정 분석 △교사들의 수업과 기록, 평가의 객관성을 위한 교육현장 변화 등을 주제로 토의했다.
교사와 입사관들은 '고교와 대학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가장 많은 의견은 소통과 협력을 주문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라는 입시정책에 대한 신뢰도 구축 핵심이기 때문이다. 입시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 본질 실현을 위한 교육공동체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는 학생성장과 발전의 관찰자 역할과 명확한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고교 정상화를 위한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여건 마련을 요구했다.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박수가 터졌다.
한 대학 입사관은 "대학을 학생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자아실현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소 고교에 학생 진로결정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입사관들은 "교사들이 기록한 학생부 내용을 토대로 대학은 좀 더 깊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학, 입시평가 기준 내용, 요소, 결과 등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고교에 제공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고교-대학' 간 구체적인 정보교류를 통해 고교현장의 교육 시스템 변화를 유도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적절한 평가방법과 구체적 항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불확실한 정보와 부족한 안내 및 설명의 개선을 위한 고교-대학간 소통의 장(場)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입사관들은 "학생성장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고교로 찾아가는 고교-대학 연계프로그램' 개발, 확산시켜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다섯 번째 원탁토의는 2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교육부, 부산교육청, 경남교육청, 제주교육청이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했다. 이날 고교교원 80여명과 입학사정관 30여명, 지역기업인 등이 참석했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원탁토의가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수업, 평가, 기록의 내실화에 대한 고교-대학간 소통과 공감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입시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 본연의 목표인 학생의 성장과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제고의 기틀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좌담회 참석자
오우진(울산무룡고 화학과) 교사, 허정은(부산대학교) 입학사정관, 임승진(부산교통공사) 기관사, 김하석(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