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위기학생 지원 강화 방안 제시

유은혜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국가책무 다할 것"

2019-05-28 11:13:25 게재

'학교-가정-사회' 보호체계 구축 필요

시도교육청과 머리 맞대고 정책 점검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숲에 와서 에코가방을 만드는 게 재미있냐는 유 장관의 질문에 아이들은 거침없이 답했다. “네 재미있고 좋아요.” 학교에서도 이런 수업을 하면 좋겠냐는 장관 질문에 “하면 좋겠지요.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것은 모두 수행평가잖아요. 재미없고,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할 수도 없어요” “모든 게 시험과 성적으로 연결되는 학교생활이 싫어요” 김어진(전북 사대부고 2학년)양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유부총리는 “시도교육감님들과 회의에서 상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을 찾아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과 에코가방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유은혜 부총리는 24일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숲으로가는 행복열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날 아이들을 인솔한 상담사, 연수원장,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무용스님과 대화를 나눴다. 상담교사는 학교현장에서 위기학생, 부적응학생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의 생활환경에 대해 털어놨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했던 이분법적 사고는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대신 직접적인 폭력보다 왕따, 따돌림, 우울증, 게임중독, 흡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가방에 물감찍기

학교부적응이나 위기학생의 형태가 사회변화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대화는 좀 더 깊게 이어졌다. 아이들의 고민은 성적, 공부, 행복한 가정, 진로 등 행복한 학교생활을 주문했다. 그러나 현 입시중심 정책에서는 소외되는 아이들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게 상담교사들의 증언이다. 특히, 최근 나타나고 있는 사회양극화에 따른 소외감, 절망감은 어린 아이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주범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평소 먹는 먹거리가 몸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헤친다는 이야기도 토론 주제로 잡았다. 유 부총리는 연수원 무용스님에게 “아이들의 먹거리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써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 지시형 관리, 아이들 변화 이끌어내지 못해 =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는 감소하는 반면, 학업 중단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7학년도에 한국 초중고교 학생 5만57명이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 위기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유·초·중등 및 고등 교육기관의 학교, 학생, 교원 현황 등을 조사한 ‘2018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 전체 학생 수는 2.5% 감소했다. 이중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적응이나 위기학생으로 분류된 아이들도 상당수다.

연수원 스님과 상담교사들과 대화를 나누는 유은혜 부총리.


위기학생으로 분류된 아이들이 학교를 떠날 경우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의 분석결과다. 특히, 고교생들의 학업중단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체 학생 수 감소비율은 고교생이 7.9%로 가장 높다.

위기학생으로 분류된 경우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도 검사결과 관심군, 우선관리, 극단적선택 비율이 증가했다. 문제학생은 학교상담과 관심군 선별에 따라 전문기관에 인계해 치유와 치료를 받게 하고 있다. 호남권 한 고교 교장은 “지역마다, 교육감 관심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며 “학교는 Wee센터, 정신건강 복지센터나 청소년 상담센터, 병의원에 인계하면 끝이다. 그 이후 사후관리는 전혀 안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위기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접근에는 실패했다는 게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의 진단이다. 우선 교원 양성과정에서 기초학력 부진, 부적응학생, 위기가정 학생 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끌어 갈 것 인지 방향성도, 실행력도 없다. 정부는 교원양성기관의 여건을 개선하고 예비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계획이지만 실행력은 미지수다. 교원대학교, 사범대, 교대의 기존 시스템(기득권)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에 배치된 상담교사와 상담사들의 역량강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사고만 안치면 모르는 체 하거나 대충 넘어간다는 것이다.

“담배요? 학교에서 담배 피워도 선생님들이 모르는 체 해요” “학교 안에서만 사고 안치면 뭐라고 하지도 않고요. 솔직히 대학 안갈 건데 학교에 왜 다녀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진수(가명. 강원도 원주 고교2학년)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 따로 노는 시도교육청 위기학생 정책 = 교육부는 위기학생을 위한 성공사례나 우수프로그램을 발굴해 시도교육청에 제안하고 있다. 관련 정책이나 업무가 모두 시도교육감 사무이기 때문이다. 그중 ‘숲으로가는 행복열차’는 산림청, 국립생태원 등 타 기관과 손잡고 융합형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지속적 노력에도 불구, 사망사고 발생 등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체험중심의 인성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해 학교폭력 등에 관한 상담과 치유프로그램을 위한 전문기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치유와 상담, 쉼터 기능을 모두 갖춘 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특화형 가정형 Wee센터 운영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증가, 부모의 학대가 학교폭력과 부적응학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 이혼 방임 학대 등 가정 요인에 따른 학업중단 위기가 높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마곡사에서 더위 식히고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시도교육청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시행할 것인가다.

우선, 위기학생을 담당할 교원들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고, 학생들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교원들은 업무과다나 교권침해 등을 이유로 위기학생 생활에 깊게 개입하지 않는다. 이어 시도교육청의 관심과 정책도 문제다. 시도교육청은 예산타령을 하지만, 교육감들의 ‘교육자치’ 주문에 따라 교육부 예산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되거나 이미 넘어간 상태다.

경남교육청 소속 한 중학교 교장은 “교육청과 학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위기학생과 학업중단자가 1년에 5만명이 넘고, 치유와 치료를 받아야 할 학생이 8만명이 넘습니다. 문제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학교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숲치유 캠프에 참여한 유은혜 부총리는 위기학생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각오다. 우선 시도교육감들과 머리를 맞대고 깊은 토론과 점검을 하겠다는 의지다. 이날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을 찾은 유 부총리는 “나도 고교 때 학교 다니기 싫은 적이 있었다. 어려울 때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친구, 부모님,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용기를 얻어 꿈을 이루어 나가자.”고 격려했다. 이어 “한 명의 아이라도 위기 상황에서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의 책무를 다하여, 그 한 명의 아이가 우리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들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