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초등생, 환경부장관에 "도와주세요"
찾아가는 자원순환교육 '효과 톡톡'
지역 폐기물문제 주민 협치로 해결
"동네에 쓰레기가 너무 널브러져 있습니다. 놀이터 앞은 쓰레기가 길을 막고 냄새가 심합니다."
서울 은명초등학교(은평구 응암동) 6학년 지현이와 친구들이 지난달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편지를 썼다. 스스로도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분리수거에 앞장설 테니 환경부 차원에서도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달라는 내용이다. "쓰레기 문제로 지구가 온난화되고 동물들도 피해를 받는다"는 우려부터 "과자 포장을 너무 거창하게 해서 문제가 많아지니 포장을 줄였으면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아이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한가지다. '은평구가 깨끗해지는 모습'이다.
서울 은평구가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자원순환 맞춤교육'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달 남짓 교육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폐기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자원순환 문화가 정착되도록 앞장서겠다며 추진단까지 꾸렸다.
은평구 쓰레기 문제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도 심각한 수준이다. 살림살이는 자치구 최하위 수준인데 '폐기물 처분 부담금'은 6억6600만원으로 가장 많다. 규모가 가장 작은 도봉구(1억2700만원)와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부담금은 법에 따라 재활용하지 않고 바로 매립하거나 소각한 폐기물에 대해 부과한다.
그나마 소각도 서울이 아닌 경기도 양주시 소각장에서 처리한다. 처리비용에 비싼 운반비까지 들여야 하는 셈이다. 마포에 광역 소각시설이 들어설 때 50억원을 분담하지 않아 광역체계에 포함되지 못했다. 양주 소각장 반입량은 2017년 80톤에서 올해 20톤으로 지속 감소추세인데 지난달부터는 불법 폐기물이 포함돼있다는 이유로 아예 반입이 중단됐다. 인천시가 예고대로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사용을 종료하면 쓰레기 대란은 불 보듯 훤하다.
은평구에서 택한 방법은 쓰레기 최소화. '찾아가는 자원순환 맞춤교육'은 그 중 한가지. 주민들을 자원순환 리더로 양성, 초·중·고등학교나 복지관 주민모임 등을 찾아가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분리배출과 자원 재활용에 대한 주민들 인식을 키워 매립·소각량을 줄이고 녹색소비를 생활화, 쓰레기 발생부터 줄인다는 취지다.
지난 3월부터 45명이 교육을 받았고 그 가운데 36명이 6주 교육을 수료, 자원순환 활동가가 됐다. 이들은 교육을 희망하는 기관·시설은 물론 주민 20명 이상이 요구하면 찾아간다.
유갑순(66·불광동) 활동가는 초·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강의에 주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기는 과자 포장지, 바다까지 흘러간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거북이 등이 소재가 된다.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아이들에 정책결정권자가 움직이면 효과가 배가된다고 했더니 환경부 장관과 제과회사 사장에 편지를 썼다. 유씨는 "아이들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며 "이웃에도 쓰레기 한개만 줄이자고 반복적으로 얘기하는데 요즘은 '양심껏' 버리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고 자평했다. 녹번복지관에서 자원순환 강좌를 들은 김병복(70·대조동)씨는 "반찬통을 들고가 장을 보고 상인들이 무심코 담아주는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정도는 실천할 수 있다"며 "분리배출 홍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순환교육의 또다른 축은 자원순환도시 은평추진단이다. 폐기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사회전반에 자원순환 문화가 정착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나선 주민들이다. 지난 2월 8개 분과 385명으로 출범, 비닐과 물티슈 종이컵 등 1회용품 사용부터 줄이기로 했다. 과대포장된 상품이나 1회용 쓰레기 배출이 많은 포장·배달음식 구입, 주방·세탁용 세제 줄이기를 이웃에도 적극 권장하며 생활 속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공공부문 1회용품 퇴출에 이어 주민들이 직접 참여·실천하는 활동으로 자원순환 도시를 조성해 나가겠다"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생활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민들 인식 전환이 절실한데 추진단과 자원순환 활동가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