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동주택 환경영향평가, 환경 살리는 과정
도시의 인구집중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UN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세계 약 68%에 육박하는 67억명 인구가 도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자원과 에너지 소비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의 약 2% 면적을 차지하는 도시에서 산업목재의 75%, 물수요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등 도시가 지구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특히 도시 문제는 복잡한 메카니즘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환경오염 및 위험과 직결돼 있어, 도시 환경문제는 인류 생존의 중대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 면적 2%에 인구 68% 집중
도시의 환경관리를 위한 중요 정책 수단의 하나가 바로 환경영향평가다. 환경영향평가는 1969년 미국 국가환경정책법(NEPA)에서 처음 채택된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는 1977년 환경보전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 1981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환경영향평가는 국가마다 평가절차와 대상사업 종류 및 규모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개발이 야기하는 다양한 환경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예방 또는 최소화한다는데 공통의 목적을 두고 있다.
평가는 정책적 의사결정시스템과 개발의 승인 및 관리주체에 따라 국가 또는 지자체 소관으로 나뉘기도 하는데 대체로 대형사업이나 광역적 환경문제와 직결될 경우 국가가, 지역단위 중소 규모 사업은 해당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은 이미 국가 수준의 주요 개발사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방 정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 평가대상사업에 해당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 지자체 조례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등 8개 지자체가 시도 조례에 기반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02년부터 도시개발 등 11개 분야 26개 사업을 대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
최근 서울시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을 건축 연면적 10만m2 이상의 공동주택 사업으로 확대하도록 조례를 개정,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그동안 동일 규모 주상복합 등 단지개발에만 적용되던 환경영향평가 실시 기준을 공동주택에도 적용하되, 사업의 특수성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초안 시에도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규모 단지 개발 자체가 어려운 서울시의 특성상 재개발, 재건축 위주의 개발사업들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적극적인 환경관리를 유도하려는 서울시 의지로 해석된다. 일본은 도시에 따라 1만~50만m2 규모의 주거단지에 대해 지자체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동경시는 연면적 10만m2 이상의 모든 건축물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다. 악화되는 서울의 환경문제와 재개발, 재건축이 서울의 공간체계 재편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도시환경의 계획적 관리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인식이다. 특히 사업자들에게 환경영향평가는 여전히 ‘규제’이며 속도를 늦춰 비용을 초래하는 소모적 행정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대다수 선진국들이 환경영향평가를 도시환경 개선의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그 취지와 당위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해당사자들이 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와 홍보, 교육 등을 통한 보완적 노력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지자체 환경영향평가 시 사업 규모보다 환경영향의 크고작음에 중점을 두고 부정적 환경영향을 나타내는 사업만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는 점도 정책개선을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환경평가 = 규제’ 인식 넘어야
환경은 인류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공공재이다. 공공재에 대한 방치와 훼손은 모든 자원이 치열하게 소비되는 도시에서 오랜 기간 더욱 광범위하고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번 훼손된 환경은 회복이 어렵거나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가 행정적 규제라는 인식을 넘어 도시의 환경을 살리는 공동 협력의 생산적 과정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