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형 산업모델 성장 중
상품 소비방식 '소유'→ '가입'으로
미국 증시 빅 4(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구글)는 구독경제형 기업
유튜브 동영상의 마지막 멘트는 대부분 구독을 요청하는 말이다. 구독서비스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일상화가 됐다. SNS를 통한 사회 관계망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소비행태가 소유에서 벗어나 경험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상품 소비방식의 일정부분이 '소유'에서 '가입'으로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 산업경제 전반에 걸쳐 구독모델이 화두가 되는 가운데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구독경제 모델을 활용한 비즈니스에서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증시에서도 구독경제형 종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글로벌 스타트업 상당수 구독경제 추구 = 20일 한국투자증권은 "일정 요금을 지불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 혹은 항시적으로 제공하는 구독경제가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 깊숙이 침투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증시에서 구독경제를 키워드로 한 적극적인 투자나 테마가 형성되지는 않은 상황으로 구독경제형 종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구독경제가 주요한 소비행태로 부상한 지 오래"라며 "미국 증시의 빅 4(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구글)는 구독경제형 기업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들 기업은 제품 판매에만 치중하지 않고 서비스, 경험, 접근을 중시하는 구독 비즈니스로의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다. 해당 기업들은 구독모델을 적극 도입해 반복 매출증가 → 현금흐름 개선 → 기업 가치 증대 → 주가 상승의 선순환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스타트업의 상당수도 구독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들의 구독 기반 정기배송 매출 규모는 2011년 5700만달러에서 2018년 29억달러로 연평균 75% 증가했다. 가트너는 2023년에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 중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현재 70% 이상의 기업들이 구독모델을 도입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구독경제지수(SEI)에 속하는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 역시 가파르다. 구독경제지수란 구독경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주오라(ZUO US)에서 산출한 지수다. 구독경제지수는 2012년부터 산출되기 시작했는데, 해당 지수에 속하는 기업들의 매출액은 2018년까지 연평균 1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 500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 3.6%를 5배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도 구독경제형 주목해야 = 구독경제는 멤버십을 통해 지불한 금액보다 더 큰 혜택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저렴한 생필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스마트폰, 자동차 등과 같은 고가 제품군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증시에서 구독경제를 키워드로 한 적극적인 투자나 테마가 형성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는 제대로 된 구독경제형 기업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연구원은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구독경제형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ICT와 융합된 새로운 구독서비스를 확산시키는 기업인데 반해 우리 증시에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구독서비스 업체가 없다"며 "또한 ICT와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야 하는 데 기존 구독서비스 제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한계와 의미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우리 증시에서도 구독경제형 종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아직 우리 증시에서는 구독경제형 종목에 대한 분류나 테마가 제대로 형성되지는 않은 상황인데 현재의 구독경제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시장에 퍼질 것으로 보인다.
구독경제모델은 정기배송 서프라이즈 박스 방식 , 렌탈 대여 방식 , 무제한 이용 자유이용권 방식의 3가지 모델로 분류되고 있다 .
렌탈 대여 모델형 업체로는 웅진코웨이, SK 네트웍스, 하츠, 쿠쿠홈시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정기 배송 및 서비스 모델형 업체로는 에스원, 지어소프트, GS 리테일, 본느 등을 들 수 있고 무제한 이용 모델형 기업으로는 메가엠디, 메가스터디교육, NICE 평가정보, 더존비즈온, 한국기업평가, 이크레더블, 케이아이엔엑스, 디지털대성, 유비케어, 미스터블루, 디앤씨미디어, 지니뮤직 등이 있다. 기타 유형으로 에스엠, CJENM, 아프리카 TV, 엔씨소프트 등을 들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위 24개 구독경제형 종목으로 동일가중평균으로 지수를 산출해 보면 의외로 우리 증시에서도 구독경제의 확산과 함께 부지불식간에 2018 년 이후 기존의 구독경제형 기업의 잠재력에 대한 재조명 과정이 연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
◆구독경제형 종목 안정적인 상승 = 2018년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기조적인 하락세를 보인 반면에 구독경제형 종목들은 안정적인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인 것이다. 실제 지난해 이후 이달 18일까지 구독경제형 테마 지수는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대비 각각 93%p, 98%p의 초과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된다. 정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에서 구독경제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증시에서도 구독경제형 종목이 시나브로 비상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 연구원은 구독경제의 경우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구독경제는 태생적으로 구독취소와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과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서비스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온오프라인에서 유통 거점망 및 배송수단과 고객정보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구독경제는 빅데이터와 유통망, 제품 및 서비스 등을 가진 대기업이나 플랫폼기업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기반으로 낮은 비용으로 고객별로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점에서 중소형 기업도 차별적 구독서비스를 선점,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대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