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 국산화, 특허 없이는 사상누각

2019-09-27 10:00:00 게재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까지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도 R&D 예산을 대폭 늘리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핵심 기술의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기업 역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소재 부품의 국산화 전략을 마련해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온 나라가 하나 되어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 나아가 기술 자립을 통해 외부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제대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기술 국산화와 더불어 개발한 기술에 대한 특허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대통령 등 국가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특허 등 지식재산권 정책을 강조하여 챙기는 것이 최근의 두드러진 흐름이다. 미국, 일본, 중국은 물론, 지난 8월에는 신흥국인 베트남에서도 총리가 직접 나서 지식재산권 정책이 국가 경제, 문화, 사회 개발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천명하면서 미래지향적 베트남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지식재산권, 국가경제 개발전략과 불가분 관계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국무회의에서 “기술 자립 과정에서 특허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기술 국산화와 동시에 특허 회피전략 수립 등 분쟁에 세밀하게 대비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또 19일에는 특허 200만호 행사를 청와대에서 개최해 발명자와 특허권자를 격려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직접 특허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특허 등 지식재산권과 기술 강국을 향한 근본적 처방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또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변리사 등 관련 전문가의 전문성 강화 역시 시급하다. 기술 국산화 과정에서 연구개발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 해당 기술을 강한 특허, 고품질의 특허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대리인인 변리사들의 역할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변리사회에서는 지난 8월 ‘소재부품 기반 기술 국산화를 위한 원천특허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술 국산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허 문제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관한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우리 기술을 우리 손으로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 변리사제도는 지금 설 자리조차 위협받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변호사에게 무시험으로 변리사자격을 부여하는 일제 식민잔재가 1945년 광복 이후 74년을 맞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남아 있어 변리사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1961년 제정 이후 단 한차례의 전부 개정도 없었던 변리사법은 다양한 신지식재산권 영역 출현과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는 새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무법인의 상표출원 대리 업무 시도 등 일제식민 시대의 특권에서 시작된 변호사의 무분별한 변리사업무 침탈 시도는 변리사제도 근간을 흔들고 제도 자체 존폐마저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변리사 전문성 활용 입법 노력 시급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국가 공동체적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과 특권만을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의 장벽으로 인해 특허 등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변리사가 설 자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바, 이는 결국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우리 기업이나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허로 대표되는 지식재산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변리사제도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약화시킨다면 우리 기술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온 나라가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기술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기술을 보호해야 할 산업계 첨병인 변리사제도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하고, 온 국민이 바라는 외부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변리사제도를 정비하고,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관한 전문가로서 변리사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