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대응훈련’은 일상생활이 돼야 한다

2019-10-21 10:00:00 게재
김찬오 서울과기대 명예교수 안전한국훈련 중앙평가단장

사회학자로 저명한 고 울리히백 교수는 그의 저서 ‘위험사회론(Risk Society)’을 통해 현대는 각종 위험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연속적으로 각종 재난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해 위험과 더불어 살고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태풍 링링과 타파 피해가 제대로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기도 북부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발생해 전국적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학생들과 주민이 거주하는 학교와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온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재난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

하나의 재난이 제대로 수습되기도 전에 또 다른 재난이 닥쳐오고,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도 없는 재난으로 인해 이제는 연속적인 재난 속에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이웃나라 일본마저도 연속되는 대형 재난에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수습에도 차질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난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며,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난안전관리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난예방을 위한 시설과 안전관리체계의 개선에는 예산과 기술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재난예방과 안전관리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재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평소 재난에 대한 대응훈련을 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실시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벌써 15년째를 맞는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지만 그동안의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15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개선된 재난대응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단체 등 총 705개 기관이 참여, 안전한국훈련 사상 최대로 많은 기관과 민간단체가 훈련에 참여하게 된다. 안전한국훈련은 지진 화재 등 각종 재난유형에 대해 소방서 등 긴급구조기관과 중앙부처 지자체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재난대응활동에 대한 의무훈련이다.

실제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큰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방 경찰 지자체 등 1차 대응기관의 초기대응활동과 협업도 매우 중요하지만, 재난현장에서의 시민활동에 의한 대피유도와 공동대피 등 골든타임 내 초동대응활동이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의 시민비상대응단(CERT)이나 자율방재단 등의 체계적인 훈련과 활동은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사항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대응훈련은 1차 대응기관을 포함하여 재난관리책임기관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현장 초동대응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민간에 대해서는 참여를 권고만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호응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모든 국민에 대해 의무적으로 재난대응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보다는 국민 개개인이 재난대응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이 재난대응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

하루하루가 분주한 일상 속에서 국민들이 재난대응훈련에 참여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다중이용시설 아파트 학교 등에서 수시로 시행되는 재난대응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언젠가 나에게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하고 개인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재난대응활동을 일상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재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재난대응훈련이 국민 개개인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정책 도입을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