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자원, 고갈은 없다 오히려 풍족해져"

2019-10-30 11:49:07 게재

기술낙관론자 MIT 앤드류 맥아피 교수

지금으로부터 30년 뒤에도 인류는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잘 곳이 필요하다. 현재의 우리뿐 아니라 향후 늘어날 약 20억명의 추가 인구에게도 의식주가 필요하다. 인류가 유발한 지구온난화가 그같은 과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막이 생기고 더 잦은 가뭄과 혹서 등 기상이변 현상이 발생하면서다.

하지만 인류는 그같은 과제를 무사히 헤쳐갈 것이고 미래에 지구인들을 더 풍족히 돌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자이자 MIT 디지털 이코노미 이니셔티브 창립자인 앤드류 맥아피는 최근 세계적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WIRED) 기고에서 "미래에 식량이나 기타 주요 자원의 고갈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2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현재의 식량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속가능한 수준보다 더 추출하고 사용하면서 자연적 균형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것. 지난 8월엔 '기후변화에 대한 유엔 정부간 패널'(IPCC)에서 긴급보고서를 냈다. 향후 수십년 동안 토양 열화로 인해 식량 안보가 위협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각국 정부에 대한 충고는 암울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저자는 "식량 안보는 미래 기후 변화에 점차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열대지방에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다. 식량 가격이 오르고 영양소의 질은 떨어져 공급망이 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경고가 식량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주요 광물자원의 부족과 고갈 사태를 경고하고 있다. 유럽화학협회(EuChemS)는 올해 주기율표 수정안을 발표했다. 향후 100년 동안 자연에 존재하는 90개 원소의 예측 수요와 공급을 파악한 것. 그 결과 절반의 원소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는 그중 12개 원소를 사실상 획득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는 단체들의 경고가 이어지지만, 맥아피 교수는 매우 낙관적이다. 그는 스스로를 '에코 모더니스트'(ecomodernist)로 칭했다. 일종의 기술낙관론자들로, 경제가 선진화하고 문명이 발달하면 환경은 깨끗해진다고 보는 부류다. 이들은 자본주의와 기술발전의 2가지 힘이 인류의 소망과 욕구에 따른 수요를 계속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맥아피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특허를 등록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 "특허는 천재성이라는 불에 이익이라는 기름을 붓는 것"을 인용했다. 여기서 '천재성이라는 불'은 기술발전을, '이익이라는 기름'은 자본주의를 뜻한다. 그는 "기술발전과 자본주의 두 요소가 자기강화와 지속 확장하는 주기 내에서 상호작용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두 요소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190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세균학자·화학자 파울 에를리히는 1968년 역작 '인구폭탄'(The Population Bomb)을 발표했다. 미래 극심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경고했다. 그는 책 초판본에서 "모든 인류를 먹여 살리려는 싸움은 끝났다. 1970년대가 되면 지금 실행하는 비상계획에도 불구하고 수억명의 인구가 굶어 죽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전 세계 사망률이 급격히 치솟는 상황을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평양 인근의 밭에서 한 농부가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TASS=연합뉴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에를리히의 예견은 정확했다. 전 세계 인구는 1959년 30억명에서 1974년 40억명으로 늘었다. 이후 10억이 늘어 50억명이 되기까지는 15년, 60억명은 12년, 70억명은 11년 걸리는 등 매번 기록이 단축됐다. 하지만 대량 기아현상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전 세계 사람들이 섭취하는 영양소가 대폭 개선됐다. 1968년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에서만 하루 평균 최소 2500칼로리를 섭취했다. 2500칼로리는 일반 성인이 자신의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열량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에 이르렀어도 전 세계 평균은 여전히 2500칼로리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이 기준을 충족했다.

1972년 MIT 도넬라 메도우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기하급수적 성장을 계속할 수 없으며, 자원 고갈로 전 지구적으로 대규모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지더라도 금 매장량은 29년(1972년 기준)이면 고갈되고, 은은 42년, 구리와 석유는 50년, 알루미늄은 55년 뒤면 바닥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예측은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전 세계는 여전히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금광과 은광을 많이 갖고 있다. 1972년부터 대략 반세기 가까이 채굴했지만 현재 확인된 금 매장량은 1972년 당시보다 대략 4배, 은 매장량은 2배 이상 많다. 구리의 경우 '고갈될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해도 지나치지 않다. 알루미늄과 석유도 '성장의 한계'에서 예견한 만큼 빠르게 고갈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알려진 주요 광물의 매장량은 당시 확인량보다 훨씬 많다. 알루미늄의 경우 현재 매장량은 1970년대 초 당시 예측치보다 25배나 많다.

맥아피 교수는 "'인구폭탄'과 '성장의 한계'는 사실상 많이 빗나갔다"며 "'천재성의 불', '이익이라는 기름'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식량과 자원 등이 부족해지고 고갈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 세계가 열정적으로 탐구하고 대체재를 찾기 위해 불굴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같은 노력으로 부족과 고갈은 완화되고 품귀로 인해 오른 가격은 내려간다.

맥아피에 따르면 미국 환경경제학자 줄리안 사이먼은 그같은 동력을 이해하고 있었다. 사이먼 교수는 1981년 출간한 '궁극적 자원'(The Ultimate Resource)에서 "자원 희소성은 진짜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990년 그는 에를리히 교수와 원자재 가격의 향방을 놓고 벌인 10년 간의 내기에서 결국 이겼다. 에를리히 교수는 "자원은 영원히 희소하기 때문에 그 가격은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브리검영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게일 풀리와 매리언 튜피는 올해 5월 사이먼 교수의 연구를 차용해 '사이먼풍도 지수'(Simon Abundance Index)를 계산했다. 인류 복지를 위해 필수적인 설탕과 연어, 철광석, 천연가스 등 50개 자원·상품 가격과 글로벌 인구 증가 간 연관관계를 들여다본 것. 전 세계 일반인이 각 자원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따진 결과, 1980년 이후 세계 인구가 폭발적 증가세에 있었지만 50가지 자원은 더 풍부해졌다. 평균적인 풍도 지수는 1980년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2019년 현재는 620선까지 올랐다.

맥아피 교수는 "WEF와 IPCC 보고서는 미래 자원의 이용가능성과 인류의 자급자족 능력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했지만, 사이먼 교수의 통찰력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약점을 드러낸다"며 "사이먼 교수의 연구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후변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대처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인류와 지구에 보다 큰 해를 끼치게 된다. 전 세계 평균 온도는 1980년 이래 약 0.6도 상승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해당 기간 동안의 식량 이용도는 크게 증가했다.

맥아피 교수는 "현재부터 2050년까지 평균 온도가 또 다시 0.75도에서 1도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그에 따라 식량 이용도가 높아지는 기존 흐름이 뒤집힐 것이라고, 그래서 전 세계 인류를 충분히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데 큰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2015년 이후 전 세계 인구의 영양 결핍률이 약 0.2%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의 확대와 기술의 발전으로 영양소 부족 현상은 곧 반전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맥아피는 또 "많은 나라들이 향후 수십년 간 식량과 기타 제품에 대한 총생산량을 늘리면서도 금속과 광물, 비료, 물, 경작지, 나무, 화석연료, 기타 지구상의 자원을 덜 쓰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한다. 해가 지날수록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하지만, 앞서 언급한 자원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다. 또 미국의 일반적인 전기와 에너지 사용량은 지난 10년 간 사실상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미국은 어떻게 덜 쓰고 더 얻기 시작했을까. 맥아피에 따르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디지털 시대 도구를 활용하면서 점차 기존 물질을 덜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원자'(atoms)를 덜 쓰는 대신 '비트'(bits)를 더 많이 쓰는 방법을 찾아낸 것.

예를 들어 알루미늄캔은 20여년 전보다 75% 이상 가벼워졌다. 공학자들이 컴퓨터의 도움으로 알루미늄 기능 손실 없이 경량화하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또 정밀농업은 수많은 센서와 계측의 도움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농부들은 전체 경작지를 담요로 덮듯 물과 비료, 제초제를 대량 살포하는 대신에 선택적으로 정확히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1991년 인상 깊은 제품으로 선정된 15개의 기기 가운데 13개는 오늘날 스마트폰에 내장기능으로 삽입됐다. 스마트폰 덕분에 플로피디스크나 지도, 사진필름, 비디오테이프 등 수많은 매개체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맥아피는 "이런 사례는 경제 전반에서 차고 넘친다"며 "그와 같은 누적적 영향력은 인류가 지구와 맺는 관계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전환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해가 지날수록 지구로부터 더 뽑아내면서 번영을 늘렸다면, 이제는 지구로부터 덜 가져오면서 더 성장하고 번영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

그럼 인류의 향후 과제는 뭘까. 그는 "부족과 결핍에 대처하는 연구와 발명은 줄이고, 기술발전과 자본주의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오염을 줄이는 것, 멸종위기 종과 토지를 보존하는 것, 자본주의와 기술발전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공동체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맥아피는 "이런 과제는 현재와 미래 인류의 관심을 긴급히 요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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