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 성폭력 피해 위험 13배 높다
여성.청년.1인가구도 범죄피해 위험 높아
“스토킹, 강력범죄 신호로 보고 처벌 강화해야”
◆스토킹 피해, 다른 피해와 중첩될 가능성 높아 = 지난 7일 한민경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스토킹 피해현황과 안전대책의 방향’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피해가 발생할 위험은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13.266배, 여성인 경우 22.011배, 1인 가구인 경우 4.651배 높아졌다. 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2년마다 실시된 전국범죄피해조사 자료를 통합.분석한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수행하는 전국범죄피해조사는 경찰이나 검찰이 작성하는 공식 범죄통계가 파악하지 못하는 암수범죄를 포착할 수 있는 피해자 중심의 조사로 알려져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성폭력 범죄피해 위험에는 성별.연령 등 개인의 인구학적 특성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주택이나 거주지역이 가지는 특성과는 무관하게 젊은 여성 1인가구라는 몇 가지 인구학적 특성의 중첩만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의 성폭력 범죄피해 위험이 예측됐다”고 지적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젊다는 이유로, 혼자 산다는 이유로 성폭력 범죄피해 위험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신림동 사건 이후 노출된 ‘집단적 두려움’에는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또 스토킹 피해가 성폭력 범죄 피해 위험과 깊은 관련성을 가지는 요인으로 지목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 부연구위원은 “스토킹 행위를 성폭력 범죄피해의 전조로서 진지하게 다루고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보다 중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토킹 피해와 성폭력 범죄 피해의 연관성은 다른 나라의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의 질병예방본부가 2010년~2012년 3년에 걸쳐 실시한 전미성폭력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와 성폭력 범죄 등의 피해는 중첩되서 나타날 가능성이 컸다. 여성 피해자 중 신체적 폭력과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비율은 14.4%, 강간.신체적 폭력.스토킹을 모두 경험한 비율은 12.5%였다.
미국에서도 스토킹 피해의 위험성은 연령.성별 등 인구학적 특성과 관련이 깊었다. 연령상으로는 18~19세, 20~24세가 스토킹 피해 위험이 가장 높은 연령대였다. 여성은 남성보다 스토킹 피해 위험이 높았는데 만 18세 이상의 경우, 여성은 1000명 중 20명꼴로 남성은 1000명 중 7명꼴로 피해를 입었다. 그 외에 피해자의 혼인상태 역시 주요 변수였는데 결혼을 한 경우보다는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 스토킹 피해 위험이 컸다.
◆신림동 사건 이후 나타난 ‘집단적 두려움’ 근거 있다 = 한 부연구위원은 이번 분석결과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난 변수 중 1인 가구에 주목했다. 한 부연구위원은 “1인가구 증가라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성폭력 범죄의 기회로 악용하는 가해자의 등장을 알린다”면서 20~30대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입 필요성을 지적했다.
성폭력 범죄 피해의 신호라고도 볼 수 있는 스토킹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여성 1인가구에 대한 범죄 시도는 해당 여성에 을 상당 시간 동안 추적 또는 관찰하는 등의 스토킹 행위 이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지적이 높아지자 국회의원들이 스토킹 처벌 강화 법안을 여러 건 발의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재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정도다.
차혜령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15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법률안이 8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면서 “20대 국회에서는 신속한 입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