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와 FTA타결 '신남방 속도'

2019-11-26 11:07:41 게재

자동차 철강 진출여건 개선 … 말레이시아와의 타결은 올해 넘길 듯

한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을 맞아 소속국가들과 통상협상이 결실을 맺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인도네시아 아구스 수파르만토 무역부장관은 25일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타결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한-인도네시아 CEPA는 현 정부가 신남방정책에 따라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양자협의의 첫 결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중 교역 규모 2위의 시장으로 이번에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이룸으로써 한국기업의 수출 여건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2018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교역액은 200억달러이며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제12위 교역대상국이다. 우리나라의 대인도네시아 5대 투자기업은 △포스코(철강생산) △한국타이어(타이어 공장) △CJ인니(식품·영화) △코린도그룹(목재·제지) △SK(윤활유) 등이다.

한국은 CEPA를 통해 상품부문에서 인도네시아의 최혜국 대우를 확보하고 기존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인도네시아측 시장개방 수준을 약 13%포인트 높였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이 96%에 달할 만큼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았지만, CEPA를 통해 한국이 일본 대비 전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자동차강판 용도로 쓰이는 철강제품(냉연·도금·열연강판 등), 자동차부품(트랜스미션, 선루프 등), 합성수지 등은 발효 즉시 무관세를 적용한다.

인도네시아는 섬유 기계부품 등 기술력이 필요한 상당수 중소기업 품목에서도 CEPA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민감성이 높은 주요 한국산 농수임산물은 양허 제외 등으로 보호했다.

양국은 협정문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하고 영향평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각의 국내절차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필리핀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상품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라몬 로페즈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25일 부산에서 한-필리핀 정상회담 직후 '한-필리핀 FTA 협상의 상품협상 조기성과 패키지'에 합의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양국은 내년 상반기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상품협상 조기성과 패키지에서 양측은 상호 관심품목 중 일부를 우선 개방품목에 포함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자동차부품(브레이크, 클러치 등), 의약품, 일부 석유화학제품(합성고무 등) 등을, 한국은 바나나 의류, 자동차부품(에어백 등) 등을 개방할 예정이다.

한편 말레이시아와의 FTA 타결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오는 28일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극적 반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시장개방 등 일부 쟁점이 남아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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