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상담교사 환경개선은 가능한가

열악한 근무환경, 상담의 질과 교사 자존감까지 떨어뜨려

2019-12-16 11:37:02 게재

'학교-가정-사회' 하나로 묶는 맞춤형 정책 필요

위기청소년, 치유·화해 못하면 사회 나가도 고립

"학생상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심리적 이해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이 상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업무에 시간을 소진하거나 학생 생활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담교사 환경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충청지역 한 중학교 교사가 발언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참석한 상담교사들도 "위기학생으로 분류된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데도 교육청의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며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환경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상담교사 환경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조승래 의원이 교사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학생의 가정생활과 학원, 사회활동 문제를 상담교사가 자세히 들여다 볼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며 대안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교육청과 교육부가 나서 '심리부검'에 대한 질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예방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조건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학교와 상담교사들의 역량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최근에는 성적비관보다 자신의 처지비관(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가정생활)이 주요 상담 내용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국 전문상담교사 배치율, 영양교사보다 낮아 = 지난달 22일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전국 상담교사 환경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상담교사들은 교육청마다 상담교사 처우나 복지, 근무환경이 다르다며 화살을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로 돌렸다. "상담 메뉴얼이 교육청마다 제각각 다르고, 교육감 관심에 따라 상담교사 배치율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20여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상담교사로 전환했다는 김 모 교사(전남)는 "상담교사를 직무와 관련이 없는 부서에 배치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수차례 진정을 했음에도 인원부족(?)탓으로만 돌렸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더 이상 학교에 남을 이유가 없다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험감독이나 일반 행정직 업무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조직내부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수업과 시험이 없다는 이유로 '놀고먹는 사람'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상담을 몇 건이나 했는지 '양적실적'에 대한 압박감도 상담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다. 학폭이나 자퇴생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수치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담과 무관한 학교장의 업무지시를 개선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숲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 교사 학생들.


간담회에서 김 교사처럼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담교사들이 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 학업중단학생은 2016학년도 4만7663명에서 2017학년도에는 5만57명으로 지난해는 5만2539명으로 증가했다.

상담교사들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턱없이 부족한 상담교사를 어떻게 충원할 것인가 여부다. 2004년 초·중등교육법(제19조의2, 전문상담교사의 배치 등)에 따라 학교에 상담실 설치와 전문상담교사를 두도록 했다. 이어 2005년 '교육공무원법' 제22조의2에 따라, 상담교사를 두지 못하는 학교에는 '상담순회교사'를 배치했다.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못하는 학교는 '학부모 자원 봉사자'들을 상담사로 활용하는 정책도 내놨다.

그러나 관련법 제정 10년이 지났지만, 상담교사 배치는 늘지 않았고, 비교사(전문 자원봉사자) 활동도 흐지부지 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승래(민주당 대전 유성구 갑)의원은 "2019년 기준, 전국 전문상담교사 평균 배치율은 45%로 이는 영양교사 51.7%, 보건교사 76.1% 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라며 "상담순회교사의 경우도 강원도 32.1%, 전남 29.7%, 전북 26.5% 수준에 그쳤다"며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은 상담의 질과 교사 자존감까지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법이 정하는 비교과교사 배치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교과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교과수업 외적인 영역에서 수준 높은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불화 대인관계 갈등 그대로 학교로 = 또 다른 어려움은 학생 개인의 신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성적문제로 고민하다 상담실을 찾는 학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정불화나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갈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질 높은 '심리상담'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부 조사결과 물리적 충돌이나 일방적은 폭력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SNS 상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폭력은 고교에서 중학교로, 다시 초등학교로 내려오는 추세여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현재 학교폭력이나 위기학생을 위한 대안으로 시행되는 'Wee 프로젝트' 역시 현실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다. 과거형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

학교폭력이 늘어나자 2008년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위기학생을 돕는 'We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학교 내 상담실에 Wee 클래스를, 교육청 내 상담센터는 Wee센터 간판을 달았다. 그러나 현재 Wee 프로젝트와 전문상담교사 제도가 맞물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양질의 교사가 처음부터 부족했다는 게 상담교사들이 정부에 던지는 숙제다. 이러한 현장 실행력의 문제는 아직까지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교육부는 상담교사와 위기학생에 대한 정책을 예방교육을 기반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학생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고 예방적 효과가 큰 어울림 프로그램 등을 모든 초중고교로 확산한다. 부처간 융합정책도 꼼꼼하게 정비해 확대한다. 또한 다양한 교과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기로 했다. 공립초등학교 위(Wee)클래스 설치율도 50% 이상 높인다. 특히 정서적 위기학생과 학부모 상담지원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출발선이 다른 학생들이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상담과 진로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부처간 융합정책에서 칸막이를 낮추는 게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다. 교육청과 여성가족부, 지자체가 서로 다른 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소통과 정책공유는 쉽지 않다. 학교부적응은 사회에 나가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되기 때문에 부처간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학교-가정-사회'가 하나로 묶어 맞춤형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정부 교육부는 기초학력, 특수교육, 유아교육, 다문화교육, 대안교육 등에 대한 교육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회관계부처 장관들이 모여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학교로 다가서기 전에 시들어버린다. 현장교사들은 사회부총리 제도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학업중단, 극단적 선택, 고졸 취업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는 것. 교육감들은 미래교육이나 학생인권,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에 그친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다.

실제 대통령이 주재하기로 한 사회관계장관은 2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을 중심으로 지자체, 행안부, 여가부, 복지부, 노동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이 한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실행력을 담보하지는 못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진로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위기·부적응학생에 대한 시도교육청 역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교육감들이 대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상담교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간담회'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대구시교육청과 청소년바로서기지원센터가 주관했다.

국회 교육위간사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 원용연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 뇌교육 명상강사 등이 참여했다.

이날 '숲으로 가는 행복열차'를 운영하는 청소년바로서기지원센터 전문 강사는 "교사들도 아이들과 똑같은 수준에서 전문가 상담과 교육에 참여한다. 특히 상담교사들도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교생활을 힘들어 하는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상담교사들에게도 '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담교사들은 설문에서 "집체식 이론교육이 아닌, '숲 행복열차'처럼 현장 체험형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으면 좋겠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교사연수 개선을 주문했다.

조 의원은 "상담교사들 업무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미래사회 교육에 대비한 상담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자"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상담교사들은 "단 한명의 아이도 낙오되지 않는 교육을 위해 입시중심의 줄 세우기 교육을 과감히 정비하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학생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을 위한 치유와 화해, 가정과 삶의 행복을 찾아주는 근본적인 교육정책과 실행력을 갖추는 일 밖에 없다"는 내용을 설문지에 적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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