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 불확실성 ‘여전’

2019-12-16 10:00:00 게재

관세제재 축소 및 농산물 구입 규모 등 불씨 남아

합의 서명 내년 1월로 미뤄져 일시적 ‘휴전’ 해석

위험요인 잠재, 경제지표발표·합의 진행 지켜봐야

13일 코스피는 2170선을 돌파하며 전 거래일보다 32.90p(1.54%) 오른 2170.25을 나타냈다.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51p(1.02%) 오른 643.45로 종료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소식에 금융시장이 환호하고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관세제재 축소와 농산물 구입 규모 등 불씨가 남아있고 합의 서명도 내년 1월로 미루어져 분쟁이 마무리되었다고 볼수는 어렵다는 평가다. 불확실성 소멸로 보기는 시기상조이며 일시적 휴전으로 평가되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1단계 무역협상은 긍정적이지만 2020년 1월 초 서명 및 발효까지 위험요인은 여전히 잠재한다며 기대감에 의한 시장 전체 접근보다 합의사항 및 준수 여부에 따른 업종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중 양국 발표내용 달라 = 16일 금융투자업계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이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1단계 미중 무역협상 합의의 내용을 보면 중국이 향후 2년간 미국산 농산물을 연간 400억달러(추가 50억달러 노력) 구매하고, 그 반대급부로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수입품 1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고 9월 1일에 부과되었던 1100억달러에 대한 15% 관세율을 7.5%로 인하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양국은 1단계 합의로 무역 분쟁에서 휴전을 맞이하면서 산업계와 금융시장이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관세제재 축소와 농산물 구입 규모 등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관세 부과 취소에 대한 양국의 발표내용도 다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관세 부과 일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대부분 유지되며, 2단계 협상에서 사용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먼저 1~3번째 부과했던 관세율 25% 부과는 지속한다는 얘기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관세를 취소한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9월분 관세율은 전면 철회하는 방향에서 협의하고 있었다면서, 최종적으로 관세율 인하에 머문 것은 합의를 서두른 양국의 사정과 맞물려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트럼프대통령이 중시하는 무역수지 적자축소 내용에서도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미국 측은 농산품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중국이 2년간 2000억달러 늘려 수입한다고 표명한 반면 중국은 구체적인 규모를 나중에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 라이트하이저대표는 중국이 합의를 이행할지 불확실하다고 피력했다.

◆수상한 회담결과 =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중 무역협상 합의에서 3가지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먼저 미국이 소비재품목이 다수 포함된 9월 1일 관세부과 1100억달러는 50% 인하했지만 자본재와 중간재가 대부분인 2500억달러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 유지한 점이다. 이는 미국이 소비경기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세 고삐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무역협상 합의와 관련해 미국의 발표를 보면, 미중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강제이행조항(스냅백)이 작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이슈인 지적재산권 및 기술이전 강요, 중국의 보조금 지급금지 등 2~3단계 무역협상은 합의되기가 쉽지 않다. 이 연구원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만일 분기 단위로 미국이 이행사항을 점검한다면, 내년 세계경제는 분기마다 미중 무역분쟁 마찰이 고조될 수 있다”며 “1단계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서명에 이르기까지도 불확실성이 있는 가운데 2~3단계 협상 타결 기대는 형성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기존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율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규모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또 과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과정을 고려하면 협정문 검토 후 서명과 이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합의사항 준수 여부에 따른 업종별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 연구원은 “관세 측면에서는 지난 9월1일 부과된 중국산 수입품목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며 “정확한 리스트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의류, 신발, 필기구 등 일 것으로 예상되고 이달 15일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이었던 휴대폰, 노트북, PC 등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부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생각하는 거래 규모가 다른 만큼 중국이 수입 비중 확대의사를 밝힌 품목인 닭고기, 해산물, 사료 첨가제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적재산권은 단기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이슈이며, 통화 부문은 위안화 약세 둔화에 따른 미국 수출품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번 합의의 과정은 발표문의 내용이 서로 다르고 구체적인 일정과 금액이 없는 등 이상한 내용이 많다”며 “미국은 관세취소가 아니라 일부 품목의 관세인하(1200억달러) 2.5%와 중국의 농산물 구매 향후 2년간 320억~500억달러를 맞바꾼 것을 서로가 정치적 목적으로 합의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등 정치적 이유가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연말과 2020년 신년계획을 앞둔 중국은 경기하강에 맞물린 국민들의 심리안정에 도움이 되고 미국은 지지율하락에 고전하는 트럼프의 외교성과 만들기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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