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동네주민 함께 책읽고 문화 나눈다

2019-12-23 11:10:02 게재

중랑구 학교도서관 '마을과 공유'

교육경비보조금 매년 10억씩 확대

2021년 방정환교육지원센터 개관

'중독방' '고독방' '불독방'…. 서울 중랑구 면목동 중화중학교 도서관은 별난 이름을 가진 서가처럼 쓰임새도 남다르다. 여느 학교도서관과 달리 재학생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공유, 책을 읽고 문화를 나누는 사랑방이다. 중랑구에서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 학생들만의 공간이 두달여만에 새롭게 탈바꿈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과 중화중학교.교육청 관계자 등이 아이들이 책과 함께 뛰놀게 될 책나래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서울 중랑구가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전체를 배움터로 바꿔가고 있다. 지난해 38억원이던 교육경비지원금을 서울 자치구 6위 수준인 50억원으로 끌어올리면서 물꼬를 텄다. 6억2000만원을 투입해 학교도서관을 마을 문화공간으로 재구조화하는 작업은 그 중심에 있다.

중화중학교 도서관은 '책으로 날다'는 의미에서 '책나래'라 이름 붙였다. '중화독서방' '고독한 독서방' '불타는 독서방' 등 이색적인 이름뿐 아니라 온돌마루와 좌식 책상 등으로 안락한 분위기를 더했고 동아리실 독서실 등 공간도 마련했다. 인근에 청소년 문화공간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현대적 오디오실과 옛날 '오락실' 분위기가 나는 놀이방을 배치, 학생들이 방과 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용 도서에 주민들을 위한 독서 과정도 준비했다.

학생들부터 "편해졌다" "책이 많아졌다"며 대폭 달라진 도서관을 반긴다. 김규민(1학년) 학생은 "기대 이상으로 좋아졌다"며 "자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규(3학년) 학생은 "마을도서관이라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수업 끝나고 오면 된다"며 "고독방이 혼자 공부하기 편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백해룡 교장은 "학교 문을 여느냐 마느냐를 두고 교사들과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아이들이 방과후에 피시방이나 노래방에만 머물기보다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길 희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예전처럼 학교가 아이들 놀이터이자 주민들 사랑방이 되도록, 재학생뿐 아니라 미래 중화중학교 학생들까지 책 읽고 나누는 공간이 되도록 꾸려가겠다"고 덧붙였다.

중화중에 앞서 망우동 봉화중 도서관이 마을도서관으로 바뀌었고 내년 초에는 면중·중흥초등학교가 면목동과 중화동 주민들에 도서관 문을 연다. 공간 개선 필요성과 효과가 크고 학교 구성원과 주민들 의지가 높은 곳들이다. 류경기 구청장은 "도서관 하나 지으려면 20억~30억원이 필요한데 1/10이면 된다"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학교도서관 증개축을 비롯해 정보기술 기반 학습환경 조성, 방과후 특별반 운영, 정서함양과 인성교육 등 교육경비보조금 쓰임새는 다양하다. 신내동 신현초등학교 전자칠판과 3D프린터, 장거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학생이 많은 신내동 새솔초등학교 스쿨버스 등이 그 결과물이다. 채경아 중화중 학부모회장은 "졸업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깜짝 놀란다"며 "학교·학부모가 이야기하면 듣는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구에서 함께 추진, 교육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매년 10억원씩 교육경비보조금을 늘려 2022년 80억원까지 확대한다. 지난 12일에는 학교밖 교육을 종합 지원할 '방정환교육지원센터'를 착공했다. 2021년 초 개관할 센터는 진로직업체험 자기주도학습 진학지원은 물론 평생교육과 학부모교육까지 교육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중랑 발전의 핵심은 교육"이라며 "지역 미래를 열어갈 교육에 우선 투자, 학생과 학부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명품 교육도시로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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