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실질 GDP는 이미 위축세

2019-12-31 12:28:19 게재
2020년을 앞두고 글로벌 경기침체 신호가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제학 교과서가 정의한 경기침체에는 진입하지 않았다.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경우다. 하지만 다른 기준으로 보면 미국도 위축세다. 온라인 금융전문매체 시킹알파는 29일 "GDP 성장률에서 근원물가지수(core inflation rate)를 뺀 실질 GDP를 보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의 경제가 침체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미국

전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근원물가지수는 현재 2.3%다. 반면 3분기 연환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다. 따라서 미 경제는 이미 실질 기준으로 위축되고 있다. 물론 경제회복이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2009년말부터 간헐적으로 실질 기준의 위축세가 발생했다. 하지만 지속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속일지 간헐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2008년말 이후를 평균하면, 미 경제는 연 2.24%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근원물가지수는 평균 1.84%였다. 따라서 실질 GDP는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실질 기준으로 미국은 대략 반년 동안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중국

중국의 경우 실질과 명목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수치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측이 있기 때문. 하지만 확실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이후 중국 GDP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1월 12.2%로 정점에 오른 중국의 GDP 성장률은 이후 줄곧 내림세다. 1990년 이래로 보면 최장기간 하락세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큰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무역전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 하락세는 이미 9년 동안 진행중이다.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한참 전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완전히 해결된다고 해도 중국 경제의 성장 가속도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 2개월 동안 연환산 중국 GDP 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치였다.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돼지고기 부족 사태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껑충 뛰었다. 최근 중국의 명목인플레이션은 4.5%를 기록했다. 실질 측면에서 중국 경제가 위축됐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반전이 없는 한 중국 경제성장률은 계속 기록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일본

일본 중앙은행이 2013년 이후 자산을 끊임없이 늘리며 경제를 부양했다. 그에 따라 일본 경제는 주기적으로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2010년 이후 각 주기의 고점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 2010년 당시 일본의 GDP 성장률 최고치는 5.7%였다. 하지만 주기적 고점이 계속 낮아지다 올해 1.7%까지 하락했다. 만약 일본 경제가 또 다시 마이너스로 위축된다면, 고점이 어디에서 형성될지 관심사다.

유로존

2012년 재정위기 이후 유럽 경제는 회복됐다. 하지만 2018년 초부터 소강 상태다. 유로존은 미국과 비슷한 흐름이다. 실질 GDP는 3분기부터 위축세다. 지난달 유로존 근원물가지수는 1.3%였다. 3분기 GDP 성장률 1.2%보다 높았다. 따라서 유로존 경제는 이미 실질 기준으로 위축되고 있다. 앞으로의 궤적에 관심이 쏠린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보다 심각하다. 독일은 이미 18개월 전부터 근원물가지수가 GDP 성장률보다 높은 상황이다. 2018년 3분기 이후 현재까지 GDP 성장률 최고치는 1.1%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 근원물가지수 최저치가 1.1%에 달했다. 따라서 독일은 실질 GDP 기준으로 보면 1년반 동안 불황과 침체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영국

영국은 실질 기준에서 더 오랜 경제위축을 겪고 있다. 2017년 1분기 이후 현재까지 연환산 평균 GDP 성장률은 1.6%였다. 같은 기간 근원물가지수는 평균 2.1%다.

홍콩

홍콩은 세계 1, 2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을 잇는 금융 연결고리다. 홍콩 시위가 지속되면서 경제 위축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홍콩 GDP는 3분기 2.9% 위축됐다. 명목 인플레이션은 연율로 3%대다. 따라서 실질 기준으로 위축세가 마이너스 7%에 육박한다. 이는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국제 투자 흐름을 둔화시킬 수 있다.

2019년 전 세계 경제는 미약하나마 성장세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2020년은 경제학 교과서가 정의하는 불경기로 기록될 우려가 크다. 올해 7월 이후 미국과 유로존의 실질 GDP는 위축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8개월 동안, 영국은 2017년 초부터 실질적으로 침체다. 중국은 여전히 플러스 성장 영역에 있지만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홍콩 시위가 지속된다면 중국 본토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시킹알파는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미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이다. 기타 주요 경제국들도 실질 금리로 보면 제로 상태"라며 "내년 경기침체가 예상되지만, 이를 뒤집을 대반전이 일어나기 힘든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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