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워싱턴대 업무방해, 기소하지 말았어야"

2020-01-02 11:51:55 게재

서보학 교수 "미국법에 따라 판단해야" 천주현 변호사 "공소제기·유지 난해"

검찰 "증거 많아 … 재판서 객관적 증거 보여주겠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성적사정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하자 '무리한 기소'라는 법조계 일각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미국 검찰이 기소해야지 한국 검찰이 기소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당연히 공소기각이 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조 전 장관을 증거인멸교사로 기소한 것에 대해서는 "정범의 범죄사실과 죄책을 확정하지 않고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무리한 기소"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현충원 참배│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새해 첫 근무일인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공소사실 입증 어렵다" =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을 11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이 아들과 공모해 2016년 11월~12월 사이 2회에 걸쳐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의 온라인 시험 중, 아들로부터 전송받은 문제를 분담해 푼 다음 아들에게 답을 보내 A학점을 받도록 함으로써 조지워싱턴대의 성적사정업무를 방해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과목의 온라인 시험 규정에 의하면 지정된 기간 동안 제한된 시간 내에 시험을 완료해야 하고, 수강생은 단독으로 응시해야 하며, 수업노트나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것은 허용되나 외부 자료나 도움을 받는 것은 금지됐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조 전 장관이 아들의 시험문제를 대신 풀어 전송해 주었으므로 온라인 시험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성적 산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검찰 논리다.

그러나 서 교수는 "피해자가 조지워싱턴대 교수인만큼 미국법을 적용해 미국검찰이 기소해야 할 사항"이라며 "한국 법원이 재판권이 없어 당연히 공소기각돼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대학 교수가 피해자인 만큼 재판과정에서 업무방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천주현 변호사는 "피해자가 해외대학 교수고 온라인 시험의 성질상 공소사실 특정이 지어내기 소설은 될 수 있어도 입증하기 어렵다"며 "조지워싱턴 대학이 학교의 명예를 고려해 조 전 장관의 업무방해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경우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워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외국인이고 '오픈북' 형식의 온라인 시험이라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것이 천 변호사 설명이다.

신장식 변호사도 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조지워싱턴대에 이런 것(피해사실 발생 여부)들을 문의하고 조사해서 결론을 낸 것은 아닐 것 같다"며 "망신주기인 것 같아서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을 할 정도로 엄중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

이에 대해 검찰은 조 전 장관 대리시험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2일 '조 전 장관 대리시험 혐의와 관련해 조지워싱턴대를 조사했는지'를 묻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거나 자료를 확보하고 공소제기했다"며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했고 자세한 증거를 재판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범 기소 없이 공범 먼저 기소" = 서 교수는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기소'라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증거위조교사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공모해 2019년 8월쯤 사모펀드 관련 의혹 확산과 검찰수사 등을 피하기 위해 코링크PE 관계자들로 하여금 '출자자에 대한 투자처 미보고' 취지의 2019년 6월자 '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한 것에 대해 증거위조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또 정 교수와 공모해 같은 해 8월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한투직원인 김경록씨에게 지시해 주거지 PC 하드디스크 3개 및 동양대 교수실 컴퓨터 1대를 은닉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교사범'으로 기소됐지만, 직접 증거를 은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경록씨 등 정범에 대한 기소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서 교수는 "교사나 방조범을 처벌하려면 정범의 범죄사실과 죄책이 확정돼야 한다"며 "증거인멸 정범을 먼저 기소해서 그 사람에 대한 재판을 통해 실제로 증거인멸을 했는지 실제로 누구와 공모했는지를 확인한 다음 공범에 대한 죄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지만, 김경록씨 등 정범도 조만간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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