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위원장-사무총장 선거 후보자 인터뷰

"상담소 확대, 조직화 거점으로"(기호1번 김만재-허 권 후보조) … "활동가 채용, 전국단위 일반노조"(기호2번 김동명-이동호 후보조)

2020-01-16 11:18:39 게재

조직 위기감에 양측 모두 '대화보다 투쟁'에 방점 …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에는 '실망감' 드러내

93만여 조합원을 거느린 노동단체인 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가 21일 오후 잠실 체육관에서 열린다. 선거인단 투표를 통한 간접선출 방식이다. 선거인단은 3336명으로 26대 선거인단보다 211명 늘었다. 이번 선거는 위원장과 사무총장에 출마한 기호1번 김만재(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허권(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후보조와, 기호2번 김동명(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동호(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후보조 양자대결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공식 집계에서 한국노총 조합원 수가 민주노총에 밀려 '제1 노총' 지위를 처음으로 내준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두 후보조는 모두 다양한 노조를 설립하고 권리사각지대 노동자를 조직화해 제1노조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타협보다 '투쟁'을 강조하고 문재인정부와 맺은 기존 정책연대 향방에 대해서는 원점 재검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내일신문은 한국노총을 앞으로 3년간 이끌 위원장-사무총장 후보들을 서면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호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오른쪽)와 허권 사무총장 후보. 사진=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기호1번 김만재-허권 후보조: 문재인정부는 보수언론의 뭇매로 여론이 악화되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장담하기 어렵다. 어렵게 출발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표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근로시간면제한도와 교섭창구단일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어둡다. 한국노총이 다시금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길을 주도하고 사회대개혁의 자랑스러운 기수로 우뚝 서도록 조합원과 함께 만들어 내겠다.

기호2번 김동명-이동호 후보조: 현재 한국노총은 조직과 조합원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누구든지 믿고 찾아오는 한국노총을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과 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권리 사각지대의 노동자와 노조할 엄두조차 못내는 노동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지지를 획득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통합된 조직을 이끌 겸손하고 정직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다.

■2018년 말 기준 조합원 수에서 민주노총에 밀려 '제1 노총' 지위를 내줬다.

기호1번: 현재 한국노총 산하에 19개 상담소가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52개 모든 지역지부에 상담소를 설치하고 지역별 일반노조와 조직화 거점으로 만들겠다. 기존 상담소의 경우 정보·교육 지원시스템을 정비하고 조직화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영입해 일당백의 능력을 갖춘 활동가를 양성, 전국을 누비며 산별과 지역 조직화를 지원토록 할 계획이다. 대의원대회 결의인 200만 조직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일반노조를 설립할 것이다.

기호2번: 조직 확대의 핵심은 인력과 재정의 집중 그리고 실천의지다. 먼저 사무총국에 조직화 담당 간부를 충분히 재배치할 것이다. 이는 각 본부별 통상현안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비상체제에 걸맞게 진행할 것이다. 또한 50인 활동가를 채용해 전국에 파견하고, 전국단위의 '한국노총 일반노조'를 설립해 지역과 업종 그리고 사각지대에 있는 열악한 노동자들을 한국노총의 이름으로 품을 것이다.

기호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왼쪽)와 이동호 사무총장 후보. 사진=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현재 한국노총에 대해 진단해 달라.

기호1번: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이중화 그리고 고용형태 다양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중앙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장점인 협상과 투쟁 병행에서 현장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현장의 투쟁성은 약화됐다. 산업구조 변화와 고용형태 다양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 의사결정 현장성 복원, 조직운영 혁신으로 새로운 한국노총으로 태어나야 한다.

기호2번: 한국노총은 경제의 주체이자 노동운동을 이끌어가는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의 소중한 성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야 함에도 현장의 투쟁의지를 제대로 이끌지 못해 조합원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또한 노동정치에서 몇몇 개인이 성과를 독차지하는 등 조직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책임지는 모습도 부족하다. 신뢰의 상실, 조직 내 통합력 저하가 결국 제1노총의 위상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기호1번: 집권 초기 2대 지침(저성과자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완화) 폐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 추진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노동시간 단축 유보 등으로 문재인 정부는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정책협약 이행과 관련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과제들을 우리가 먼저 포기할 수는 없다. 총선에서 정책협약 주요 의제들을 다시 쟁점으로 만들어 내고 뜻을 같이하는 세력들과 연대해 노동자의 힘을 보여줘 문재인정부가 한 약속을 반드시 실현하도록 할 것이다.

기호2번: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 의지와 선의를 믿는다. 그러나 정책평가는 50점 이하다. 특히 결과만을 주목해서 본다면 낙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노동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하고, 노동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철학이 없다. 노동자는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 돌봐줘야 할 사람, 배려해야 할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아가 노동진영을 무언가를 요구만 하는 민원인 취급을 한다. 정부는 노동자를 진정한 주체로서 국정운영 협력자이자 동반자 관계로 대해야 한다.

■주요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노동정책도 평가해 달라.

기호1번: 자유한국당의 경우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민부론'에서 언급된 노동부분만 살펴보면 강성노조가 기업 경쟁력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저성과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주장하며 '노동자유계약'으로 근로기준법 근간을 허물고 '대체근로 허용'으로 노동3권을 부정한다. 여기에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같은 길을 걸어가기 어렵다.

기호2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족벌언론과 자본의 대변자 역할을 하며 경제위기 프레임을 확대·재생산해 국민 분열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노동정책은 최저임금 인상반대, 장시간 노동, 유연근로제 확대, ILO 기본협약과 관련된 재계의 의견반영 등이 주요한 정책이다. 주52시간 단축은 과도하고 이주노동자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당 대표의 발언은 자유한국당의 노동정책을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정치방침은.

기호1번: 총선방침 결정 과정을 현장에 공개하고, 정당의 노동정책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토론하는 과정을 꼼꼼히 준비하겠다. 조합원 전체의 총의를 모으기 위해서라면 전체 투표도 유효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대선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당장 언급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2022년 3월 9일까지 우리의 과제를 관철하는 과정에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과 결과를 가지고 조합원에 뜻을 물을 것이다.

기호2번: 과거 한국노총은 정책연대, 친노동자 후보에 대한 지지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특정인들의 국회자리 보전과 맞바꾼 정치방침은 뼈아픈 실패를 겪어야 했다. 우리 노동정치의 최종 지향점은 결국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다. 그리고 노동정치의 결과는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정치방침은 원점에서 재검토해 공식적인 결의기구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그간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한 평가와 향후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은.

기호1번: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했다. 또 시기를 정해 놓은 조급한 의사결정도 한계였다. 노동계가 이슈를 선점하고 산업정책, 복지정책, 공공정책, 세재개편, 재벌개혁과 같은 의제를 논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만으로 우리 요구를 관철할 수는 없다. 앞으로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이 실망이 아닌 희망을 줄 수 있는 의제라면 그동안 쌓인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호2번: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불참과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도 사회적대화의 틀을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참여전략 유지기조 속에 우리는 중층적 사회적대화의 틀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경사노위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노정협의체 틀을 만들 것이다. 산별마다 정부와 직접대화가 가능하도록 협의체를 구성해 일상적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노동계 요구가 반영되도록 할 것이다.

■기타 핵심공약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기호1번: 시민사회와 '99%상생연대'를 강화해 재벌개혁, 사회서비스분야 공공성 강화, 조세정의 공평과세 실현 등을 비롯해 각종 노동의제에 힘을 모을 것이다. 여성, 일가정양립 법제도 개선, 경력단절 예방, ILO기준 출산휴가 확대 및 모성보호 강화, 청년사업부서 신설 및 청년노조 설립지원, 의무교육에 노동교육과정 마련 등을 통해 인구구성변화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나라가 되는데 앞장 설 것이다.

기호2번: 핵심공약으로 하나만 소개하겠다. 한국노총의 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의 미래위원회 설치다. 이를 통해 외부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해 청년실업대책과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법·제도개선을 준비할 것이다. 또한 정규교육과정 노동교육을 검토하고 한국노총 운동기조를 설정할 것이다. 노동관계법 독소조항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수정해 미래 후배들을 위해 총연맹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민주노총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호1번: 조직적으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대해야 할 때는 힘 있게 연대하려 한다. 경사노위에도 함께 참여할 것을 요구하겠다. 같이 협상하고, 같이 투쟁하고, 같이 결정하고 같이 책임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연대 실천 과정에 조직적 이견을 좁히려는 상호 노력이 쌓이면 연대의 힘은 더 커질 것이다.

기호2번: 선의의 경쟁은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고 노동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주요 노동의제와 산별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우려감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강한 한국노총을 만드는 것이다. 통합노총 기치로 국민과 조합원들에게 신뢰받는 한국노총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한국노총 의결기구, 사무처 개편 등 조직운영에 변화를 준다면.

기호1번: 한국노총은 2015년 규약 개정을 통해 의결기구와 집행기구 그리고 산하 위원회 역할을 명확히 했다. 다만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의사 결정에 담길 수 있도록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사무처의 정책과 조직본부에 공공·금융, 운수물류, 민간·공적서비스, 제조산업 4개 영역과 지역조직을 전담하는 간부를 1명이상 배치하고 여타 본부에 탄력적으로 사안별 협업이 가능토록 만들어 산별연맹과 지역조직의 정책과 투쟁 및 신규조직화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기호2번: 현재 사무처에 몸담고 있는 동지들을 '함께 일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한국노총 변화를 위한 논의를 함께 시작해 나갈 것이다. 현재 한국노총은 비상시기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무총국 현재 인력의 절반수준을 조직화 사업 부서에 배치할 생각이다. 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선거인단과 대의원수를 현재 수준의 2배로 확대할 생각이다. 이와 별도로 1년에 두 번 현장 순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고민이 반영될 수 있도록 민주적인 조직운영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기호1번: 이전에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도 다양한 공약과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실천하고 집행하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우리는 진짜 실천하는 한국노총, 노동자에 사랑받는 한국노총을 만들기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려한다. 지난 30년간 조합원만 보고 노동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한다. 한국노총 조직만 보고 걸어살 것이다. 임기 마치고도 영원한 노동자 영원한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남겠다.

기호2번: 앞으로의 한국노총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현장과 조합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한 한국노총, 하나된 한국노총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서 신뢰받는 통합의 한국노총'을 핵심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현장의 신뢰는 말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기의 한국노총을 극복하는 힘은 조합원의 신뢰와 투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통합의 한국노총이다. 우리는 임기가 끝났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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