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6개사 주식 보유 목적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2020-02-11 11:27:45 게재

보편적 주주활동 강화 전망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중 56개사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변경된 종목은 대부분 코스피200에 포함되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이다. 비교적 주주구성이 다양하고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경영 간섭에 대한 이미지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직접적인 경영 참여보다는 주주 권리를 위한 의결권 행사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하며 특히 배당 요구가 일반투자로 변경되면서 배당 확대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 보편적인 주주참여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월 1일부터 5%룰 완화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지난 7일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중 56사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 중 10%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00개인데, 이중 약 18%에 해당하는 56개가 대상이다.

단순투자는 의결권 등 지분율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하는 경우로 한정해 최소한의 공시 의무만 부여하고,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으나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 일반투자로 분류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사들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해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 보편적인 주주참여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주주권 행사에 걸림돌이던 5%룰이 이달 초부터 완화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보고할 경우 임원 선·해임 등에 대한 주주제안 등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1% 이상 지분 변동시 5일 이내에 변동 내용을 상세 공시해야 하며 △보유목적을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단순 보유)'으로 보고할 경우엔 의결권·신주인수권 등 단독주주권만 행사하지만, 1% 이상 지분 변동시 약식으로 월별보고(일반투자자) 또는 분기보고(공적연기금)만 하면 됐다.

문제는 '경영권 영향 목적'이 불분명해 배당 및 지배구조 개선 주주활동 등 보편적인 주주참여활동(engagement)을 제약해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달 1일부터 주주·기관투자자 권리행사 강화 및 이사·감사 적격성 제고 목적의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3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주주권 행사의 걸림돌이던 5% 룰이 완화됐다.

김 연구원은 "개정 시행령에서 양 선택의 중간에 '경영권 영향 목적 없는 일반투자'를 추가해 '일반투자' 보유 목적의 경우,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지만 단독주주권만 행사하는 '단순투자' 보유 목적과 달리, 배당 및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관련 주주활동(정관변경,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을 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로드맵에 따라 주주참여활동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일반투자 변경종목, 대부분 시총 상위기업 =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변경된 종목을 살펴보면 전부 코스피200에 포함되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이라며 "비교적 주주구성이 다양하고 각 산업을 대표하는 만큼, 경영 간섭에 대한 이미지를 최소화하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접적인 경영권 참여는 제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에 맞게 주주권 행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당 요구가 일반투자로 변경되면서 배당 확대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 참여보다는 주주 권리를 위해 의결권 행사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총 상위 10개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로 돌리지 않은 상장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곳뿐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LG화학, 셀트리온 등이 모두 포함됐다. 시총 상위 11~30위권의 경우 한국전력을 제외하고 모두 일반투자로 바뀌었다.

시총 상위 31~100위권의 경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림산업, 대한항공 등 14곳이 일반투자로 바뀌었다. 대림산업은 삼성물산, 효성과 함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인 이찬진 변호사가 주주제안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기업이다.

시총이 100위권인데도 '일반투자'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금호석유화학, 하이트진로, KCC, 현대백화점, 한화, 만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화승엔터프라이즈, 한국콜마 등 9개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콜마 등이 오너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200위권 밖 기업은 대한유화, CJ CGV, 한세실업, SK디스커버리, 남양유업, 지투알 등 6개 기업이다. 시총 100위권 밖 15개 기업은 국민연금의 '의도'가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 등 주주제안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양유업의 경우 국민연금이 지난달 20일 공개 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했으나 배당정책 개선이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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