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해빙이 빙하기 '겨울왕국' 원인

2020-02-18 11:41:49 게재

IBS 연구진 분석

남극 해빙이 빙하기 지구를 '겨울왕국'으로 만든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은 남극해 해빙이 이산화탄소를 바다 깊은 곳에 가둬 초기 빙하기 온도하락을 가속시켰음을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280ppm)에 비해 빙하기 시대가 80~100ppm 가량 낮았다. 빙하기 육지는 광활한 빙상으로 덮여 있어 지금처럼 식물이나 토양을 통해 탄소를 저장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빙하기 바다가 지금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기 바다가 다량의 탄소를 머금게 된 과정에 남극해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남극해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인 남극심층수가 만들어지고, 표층 바람에 의해 바다 표면으로 용승(해양에서 비교적 찬 해수가 아래에서 위로 표층해수를 제치고 올라오는 현상)하는 유일한 해역이기 때문에 남극해 변동은 전 지구 바다의 심해층과 탄소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원인과 방식으로 남극해가 여분의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8번의 빙하기-간빙기가 일어났던 지난 78만4000년 동안의 기후를 분석했다.

칼 스타인(사진)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과거 한 시점만 분리해 분석하거나 남극해의 복잡한 역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선행연구들과 달리 정교한 역학 모델을 통해 해빙 영향의 발생 시기와 규모를 정량화한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기온이 하락해 해수가 얼어 해빙이 만들어지면 남겨진 바닷물은 굉장히 짠 염수가 된다. 차갑고 염분이 높은 물은 밀도가 커 해저에 가라앉아 남극심층수를 형성한다. 대기가 차가워질수록 해빙의 면적은 넓어지고, 다량의 무거운 심층수가 생긴다.

심층수는 용승하며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만, 빙하기엔 해빙이 바다 표층을 덮어 심층수가 얼음 밑으로 떠오른다. 해빙이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는 마개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빙하기 초기 남극해 해빙 증가로 인해 바다 심층수와 중층수의 밀도차가 증가하고, 두 수괴(물리적·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해수의 모임) 사이의 혼합 즉, 탄소 교환이 줄어듦을 확인했다. 혼합 작용의 감소로 인해 심해는 더 많은 양의 탄소를 가두고, 이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0ppm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빙하기 중반부에는 해빙 면적과 두께가 최대에 이르면서 용승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못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0ppm 쯤 추가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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