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출신 유학생들, 잇달아 대구 지원 기부

2020-03-12 11:38:59 게재

구호물품·기부금 모아

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도

우리나라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출신 유학생들이 순차적으로 격리에서 벗어나며 잇달아 대구돕기 기부에 나서 화제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4일부터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과 졸업 후 중국으로 귀국한 회원 등 50여명이 참여해 모금 시작 이틀도 되지 않아 400여만원을 모았다.

모금운동에 동참한 장지화 중국변호사는 12일 "의료진이 간단한 생활필수품도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모금을 진행했는데 단기간에 목표보다 많은 금액이 모여깜짝 놀랐다"며 "대구의료원에 연락해 무엇이 부족한지 물어보니 '병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빨래가 많이 밀려 세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박미혜(28)씨는 "뉴스를 보니 의료진이 종일 장갑을 낀 채 일하고 손 소독을 자주 하는 탓에 손이 많이 상했더라"며 "핸드크림을 준비하자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금액으로 세탁세제 160개, 핸드크림 335개, 비타민 음료 1000개를 박스 60여개에 담아 전날 대구의료원으로 보냈다. 박스에는 '대구 힘내세요! 대한민국 힘내세요!'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중국 형제자매 일동 배상'이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국민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권정일 회장은 "우리 중국동포 유학생들은 한국사회 일원으로서 힘든 시기에 도움이 되려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중국이 코로나와 전쟁을 치를 때 한국이 중국에 보내준 지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삼육대에 재학 중인 중국출신 유학생들은 10일 대구 지역에 어린이용 마스크 1004장을 기부했다. 유학생 40명은 당초 어린이용 마스크를 중국에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속도가 심각해지자 대구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또 2주간 자율격리 기간에 학교 측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다며 성금을 모아 교내 방역사업 지원금으로 271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앞서 5일에는 단국대에 재학 중인 중국출신 유학생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성금을 모아 기부했다. 이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자 지난달 27일부터 모금 운동을 펼쳤다. 사흘간 펼친 모금 운동에 중국인 학부·대학원생 등 97명이 참여했다. 모금 당시 교내 생활관에 마련한 임시생활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라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이번 모금운동을 주도한 천링운(조형예술학과박사과정)·류원하오(체육학과박사과정)씨는 "중국이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을 때 한국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을 알고 있다"며 "단국대 역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해주고 있어 조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했다.

KAIST의 경우 학내 중국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펼쳐 대구에 기부물품을 전달했다. 커뮤니티 대표를 맡은 안궈유엔씨(전산학부 석사과정)는 "KAIST의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 대책반과 담당 부서의 특별한 관심 속에서 캠퍼스로 복귀할 수 있었고, 중국도 한국 정부와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방호모 180개, 의사용 방호모 1100개, 방호경 15개, 실드마스크 2세트, 방호복 57개 등 총 5가지 물품을 대구시청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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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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