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헌법소원심판 청구한 윤현정 학생

"정부의 소극적 탄소감축, 우리의 기본권 침해"

2020-03-13 11:19:03 게재

청소년기후행동, 국가대상 기후소송 제기

저탄소녹색성장법 등 포괄위임금지 위반

"정부의 소극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이번 기후소송에 참여한 이유는 제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사회나 어른 세대들은 청소년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주고 행동에 나서주시기를 바랍니다. 청소년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고 실제로도 어려운 일입니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무릅쓰고 소송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소송 참여한 윤현정 학생. 사진 윤현정 학생 제공


윤현정(15) 학생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윤현정 학생 등 청소년기후행동(Youth 4 Climate Action)은 13일 정부의 소극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청소년들이 주도한 기후관련 소송으로는 아시아 최초다. 내일신문은 코로나19 위기 국면 극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해서 이번 인터뷰는 부득이하게 대면이 아닌 이메일로 이뤄졌다.


◆"기후위기는 허상아닌 실제 체감하는 두려움" = 청소년기후행동 등이 주축이 된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및 그 시행령을 통해서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하는 저탄소녹색성장법 및 시행령의 관련 규정들이 헌법에서 규정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 한다'는 '포괄위임금지' 원칙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개정한 저탄소녹색성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더 나아가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체결한 파리협정을 지킬 수 없고 기후위기를 막는데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및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게 청소년들의 주장이다.

"저는 울산에 살아 눈을 보기가 힘든데요. 그래도 예전에는 가끔 겨울에 눈이 왔어요. 그러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한 것이 저에게는 행복한 추억입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눈이 오지 않아 제 동생은 저와 같은 추억이 없습니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주변에서 흔하게 느껴지고 계속해서 두려움을 줍니다. 어른이 되어서 지금처럼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너무도 무섭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어렵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윤현정 학생은 "앞으로도 계속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라기에 기후소송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윤현정 학생이 지난해 말부터 동참한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에 공감한 국내 청소년들이 한국 정부를 비롯해 기성세대의 적극적 기후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환경은 특정세대 전유물 아냐, 기후정의 위배" = "청소년들은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꿈을 꾸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우리의 자연과 환경은 어느 세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다음 세대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어른 세대가 배출한 엄청난 온실가스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모든 피해는 다음 세대인 우리가 입게 됩니다. 그 피해는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이런 점이 세대 간 불평등이나 기후정의 측면에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윤현정 학생은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깝다"며 "기후위기는 과학이 증명하는 사실이며 우리 자신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의 얘기는 병원에서 무서운 병을 진단받았는데 괜찮다고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계속 미루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더 힘든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요구하는 소송은 해외에서는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대법원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25% 감축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표 참조).

이번 소송은 청소년들을 위해 에스앤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공익소송의 형식으로 진행한다. 그 밖의 소송 관련 캠페인 활동 등은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이끌어갈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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