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무소속 출마했던 이해찬 "공천불복 출마, 영구제명"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서 "당선 후 복당 불가"
수도권·호남, 무소속 출마 움직임에 초강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우리 당에서 4.15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시 영구 제명하겠다"고 했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공천을 받지 못해 당을 떠난 분들이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복당하지 못한다는 취지"라며 "그래야 (민주당) 후보가 선거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호남 지역에서 (당선 후 민주당에) 입당 또는 복당하겠다며 선거 운동을 하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도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 공천배제 인사, 잇단 무소속행 =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전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은 16일 오전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문 부위원장은 당초 공천신청 후 세습공천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소방관 출신 영입인재 오영환씨를 전략공천하자 입장을 바꿨다. 지역구 당원들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3선을 지낸 민병두 의원도 탈당과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민 의원의 지역구를 청년공천지역으로 정했고, 민 의원은 경선배제에 반발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공천이 확정된 강원 원주갑에서는 권성중 전 지역위원장이 무소속 출마하기로 했다. 충북 청주 서원에서 4선을 지낸 오제세 의원도 "비문(비문재인)이라는 이유로 원천배제됐다"며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이다. 전북 전주을 선거구에서는 최형재 예비후보가 경선에서 배제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섰다. 그는 20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111표 차로 낙선했다.
수도권과 호남, 강원 등의 무소속 변수는 민주당의 전략적 지지기반 위협으로 읽힐 수 있다. 민주당 후보의 지지기반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민 뜻 따라 당선 후 입당" = 서울 금천구에서도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이 민주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을 저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전략공천했다.
민주당은 또 호남권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 후 입당'에도 선을 그었다. 김경진(광주 북갑) 이용주(여수갑) 의원은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당선 후에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전북에서도 김관영(군산) 이용호(남원임실순창) 의원이 무소속으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주민 뜻에 따라 소속 정당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당 선택의 폭을 넓혀 개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무소속의 선거운동 방식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지역에선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후보간 가상대결에선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찬 대표, 다섯달 만에 복당 = 민주당은 당규를 개정해서라도 공천불복과 무소속 당선자의 입당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현 민주당 당규(제11조, 제14조)에는 '탈당 후 1년 후' 자격심사를 거쳐 복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당무위원회가 의결 하면 그 이전에라도 복당을 결정할 수 있다.
'공천불복, 영구제명' '무소속 당선자 입당불가'를 주장한 이해찬 대표도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한 전례가 있다. 이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가 공천을 배제하자 3월 15일 "잠시 제 영혼 같은 더민주를 떠나려고 한다. 당 비대위가 외면하더라도 저는 세종시를 포기할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세종시에서 당선된 뒤 5개월 만에 민주당에 복당했다. 장기간 복당이 불허된 사례도 있다. 정동영 의원은 지난 2009년 4월 전주 덕진구 재선거에 나섰다.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가 정 의원의 출마를 만류했으나 정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당선 이후 정 의원은 민주당 복당을 타진했으나 9개월간 허용하지 않다가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