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장·노동자 모두 생존위기

2020-03-18 12:16:33 게재

중견기업 소상공인 4월 위기 … 자영업·일용직도 생존위협

"4월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 손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입은 한푼도 없는데 지출은 평소와 똑같이 나가야 합니다. 4월까지 100억원 이상 적자가 날 것 같습니다. 정말 비상상황입니다"

대구 중견기업 사장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의 불길한 조짐은 이미 1월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감염을 우려한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고 각종 여행이나 행사가 취소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미 대출 등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모두 당겨 썼는데도 앞이 보이지 않으니 더 걱정"이라며 "2월엔 20억원, 3월엔 50억원 의적자가 예상되고 4월에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바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이후 전쟁통에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는 대구 서문시장에는 상인도, 손님도 보기 힘들다. 사진 최세호 기자


코로나19사태는 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영세상공인, 일용직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기업의 직장인은 물론 동네뒷골목 김밥집 사장과 아르바이트 주부의 수입과 일자리를 앗아갔다.

전국 코로나19 확진환자의 70%이상이 발생한 대구는 회복불능 수준의 치명상을 입었다. 환자의 치료와 관리, 감염예방에 허둥대는 동안 경제는 소리없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의 경제파괴력은 1997년과 1998년의 IMF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대구의 중심가인 동성로는 물론 수성구의 명물식당가인 들안길 거리 등은 개점휴업상태가 한달이상 지속됐다. 종업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대형식당은 거의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고 소규모 식당은 사장 혼자 영업중이다. 동네 뒷골목의 김밥집과 분식점도 주 3일 '퐁당영업'을 하거나 하루 영업시간을 대폭 줄여 문을 여는 식이다.

수성구 만촌동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한 식당 사장은 "혼자 문을 열어 단골손님만 받고 있다"며 "2월과 3매출은 평소의 10%도 안된다"고 말했다. 수성구 전통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한 사장도 "다른 직원들은 무급휴가보내고 혼자 영업하는데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며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도 시장 전체 100여개 식당이 거의 다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호텔, 관광 등 서비스업은 예외없이 문을 닫았다. 수성구의 한 칼국수집 사장은 "우리는 자가건물이라 버텨가고 있는데 월세가 비싼 건물에 세들어 장사하는 식당은 4월까지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대형 호텔은 지난 2월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전체 직원중 10%정도의 필수인력만 출근하고 전원 재택근무 중이다. 매출은 한푼도 없는데 인건비와 고정비 등의 지출은 평소와 같다. 이 호텔 관계자는 "상반기에 예약됐던 결혼식과 행사가 모두 취소됐고 호텔이 운영하는 대형식당들도 2월부터 휴업중인데 상반기에만 100억원 이상 적자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긴급수혈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서민경제의 회복에는 역부족이다.

대구시가 최근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자금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대구시청에는 민원전화에 불이 났다. 언제 지원되는지,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지원대상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문의전화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대구시는 이와 별도로 일용직 근로자, 식당 종업원, 택시기사 등 32만 가구에 대한 취약계층 긴급생계자금 4992억원과 음식점, 관광업, 도소매업 등의 휴폐업으로 생존위기에 직면한 생활밀착형 자영업 18만개 업소에 대한 긴급생존자금 5404억원, 중소상공인 회생을 위한 금융지원과 696억원의 이자지원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도 추경예산에서 대구경북에 1조원을 추가해 2조4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미봉책에 그칠 전망이다.

소상공인의 금융지원기관인 대구신용보증재단에도 소상공인들의 보증서 발급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부터 코로나19 특례보증을 하고 있는 대구신보재단에는 지난 12일까지 영세상공인 7000여명이 2000여억원의 보증서 발급을 상담했고 6605건에 1833억원이 접수됐다. 재단은 이 가운데 2201건에 596억원의 보증서를 발급했다. 대구신보재단 관계자는 "5000만원 안팎의 소액보증 요청이 대부분"이라며 "3월말이후에는 한계에 달한 영세상공인들의 보증서 발급요청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집중피해 업종의 대기업 등에 대한 각종 수수료, 부가세, 지방세 등을 3개월동안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임대료 및 각종 공과금 지원, 이자 면제 및 만기도래 상환 연기,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통해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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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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