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기초학습 집중력 높여야"

2020-04-10 11:22:50 게재

서버, 트래픽 폭주, 와이파이 불량 점검 시급 … 개학 첫날 출석률 99%

9일 사상 최초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과 교사들이 만났다. 학교 문이 40일 만에 열린 셈이다. 출석률은 거의 100%에 달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오프라인 출석률보다 높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섬이 많은 전남의 경우도 9일 오후 중간집계 결과 99% 개학률을 보였다. 출석을 부르던 교사들은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많은 대구도 개학 학교 절반 이상이 100% 출석을 기록했다. 세종교육청은 오후 6시 기준, 학생 출석률이 9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쌍방향 온라인 협력수업을 준비하던 대전시 한 고교3학년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전원 참여를 확인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늦잠을 자던 아이들은 친구의 전화를 받고 프로그램에 접속하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 고색고교에서 원격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 사진 교육부 제공


이날 오후 2시 신학기개학준비단(단장, 박백범 차관)은 시도교육청 부교육감과 교육국장이 참여한 가운데 원격회의를 가졌다. 박 차관은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개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우려했던 큰 사고는 다행이도 없었고, 점검 결과 중3, 고3 학생 1만5712명에게 스마트 기기 지원은 모두 정상적으로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중 인천, 광주, 강원, 충남, 경북, 경남, 부산 7개 교육청은 중고교 신청자 전체학생 2만2548명 모두에게 기기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7일 기준 스마트 기기 대여를 신청한 초중고 학생 전체 숫자는 26만7000명이다.

성공적인 개학률을 보인 가운데 원격수업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학습관리시스템인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접속 지연이나 오류가 발생해 수업이 1시간 15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서버문제가 아니라 통합로그인 과정에서 벌어진 '병목현상'으로 진단했다.

교육부가 제공한 e학습터나 각종 수업프로그램은 트레픽 폭주로 접속불량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교육당국이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 '이(e)학습터'에는 최대 12만832명, 이비에스 온라인클래스에는 최대 26만7280명이 접속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만든 영상이 탑재가 안돼 애를 먹기도 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6일 e학습터를 초등학생 1~6학년(300만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를 확충한 바 있다. EBS 온라인 클래스 역시 중고등학생 270만명이 동시접속이 가능하도록 서버 확충을 마쳤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과 학교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첫 수업을 진행하던 세종시 중학교 교사는 "원격수업을 위해 서버나 가정에 설치한 와이파이 증폭기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통신사에 따라 접속불량이나 네트워크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오히려 구글 클래스룸 등 민간 플랫폼 접속이 더 빠르고 쉽다고 말했다.

9일 박백범 차관은 EBS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원격수업 시스템을 점검하고, 결과를 '온나라' PC 영상회의를 통해 공개했다. 교육부는 원격교육준비·점검팀을 '온라인 개학 상황실'로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원격수업 관련 긴급 지원단(콜센터 등)을 구성하고 비상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원격수업, 기기운용보다 기본 기초학습에 충실해야 = 사상 첫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숙제는 기기운용이 아니라, 학생들이 등교 후를 고려한 기초학습과 기본생활 태도 등 기본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고2,3학년의 경우 학업성취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으로 제기됐다. 서버나 접속 불량이 지속된다면, 교육부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나서 해결하면 된다는 것.

서울 잠실 한 고교 교장은 "한국은 ICT 강국이다. 원격수업의 문제점은 조만간 잡힐 것으로 본다, 문제는 대면수업 장점을 살리고, 원격수업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며 "이는 교사들의 열정과 실력에 따라,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에서 잠을 자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온라인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깊은 고민과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장은 “컴퓨터를 켜놓고 인강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원격수업이 등교개학 후 평가와 기록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꼼꼼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승민(경남 밀양 밀성초교. 실천교사모임 부회장)교사는 “대면수업을 원격수업으로 완전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등교후 대면수업을 위해 기초학습과 기본생활 유지를 위한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와 학생 간 신뢰가 우선되어야 온라인 수업에 집중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원에 나가 원격수업을 듣는 것은 당초 원격수업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차관은 "불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원의 경영 어려움을 고려해 "가급적 학원도 원격교육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원에 대해 초강수를 두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8일 중대본에서 학원 대상 행정명령을 강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학원 방역점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학원을 운영제한 업종으로 지정한 지역(9곳)만 지자체 행정명령 가능했다. 그러나 중대본 변경 사항으로 학원을 '운영제한 업종'으로 지정, 모든 지역에 지자체 행정명령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원격수업은 일반고뿐 아니라, 특성화고교나 장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원실태도 긴급 점검 대상이다. 실습이 많은 특성화고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박백범 차관은 8일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를 방문,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과 통화하고 불편함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수첩에 담았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는 경기도 수원 고색고등학교를 방문, 온라인 개학과 수업에 참관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처음 가는 길인만큼 중간 중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과 경험 역시 우리에겐 자산이 될 것"이라며 "전국 모든 교직원들이 힘과 역량을 모아 원격수업이 수업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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