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달라지는 공공도서관 서비스

"전자책 확대 … 온라인 강의도 제공해야"

2020-04-20 11:21:07 게재

2018년 1관당 전자자료 구입비 643만원 불과 … "사회변화 맞춰 도서관의 적극적 역할 모색"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공공도서관의 온라인 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전자자료를 확대하고 디지털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소장, 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휴관으로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온라인으로 독서문화 강의를 제작, 보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휴관 중 온라인 서비스 61% = 공공도서관의 경우, 코로나19를 운영하기 위한 임시휴관 중 전자책 등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 곳들은 61%에 불과했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도서관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임시휴관 중 전자책 온라인콘텐츠 오디오북 녹음도서 등 디지털도서관을 운영한 공공도서관은 총 공공도서관 1141개관 중 696개관에 그쳤다.

공공도서관의 1관당 전자자료 구입비는 1관당 총 자료구입비의 7%에 머무는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8년 공공도서관의 1관당 전자자료 구입비는 643만원에 불과하다. 같은해 1관당 총 자료구입비 9191만3000원의 7.0%에 그친다.

1관당 전자자료 구입비는 2014년 447만3000원, 2015년 489만원, 2016년 506만원, 2017년 596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기는 했으나 1관당 총 자료구입비 대비 비중은 6~7%대에 머문다.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휴관을 한 상황에서 공공도서관들은 온라인을 통한 적극적인 자료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일부 공공도서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자자료 구축을 강화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해 대비 100%를 증액, 전자책 구입에 2000만원을 투입하고 임시휴관 기간 중 예산을 조기 집행했다. 성북구립도서관의 경우 총 자료구입비의 15% 수준이던 전자책 구입비를 20% 수준으로 확대하고 분기별 구입에서 주2회 구입으로 구입 주기를 단축했다.

이용자들도 이에 호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 2월 5887권에 머물던 전자책 대출건수가 본격적으로 임시휴관을 시작한 지난달 9550권으로 증가했다. 성북구립도서관은 전자책 대출권수가 지난 2월 3051권에서 지난달 7022권으로 증가했다.

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 관장은 "앞으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대체서비스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디지털 자료도 같은 맥락에서 보다 더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블릿 PC 대여 =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도서관이 소장하고 이용자에게 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공도서관 개관 중에는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PC를 사용했지만 휴관 중에는 그와 같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특히 최근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저소득층이나 다자녀 가정 등은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이 충분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됐다.

예컨대 충남도서관의 경우 온라인 개학을 맞아 휴관 중인 도서관을 일부 개방해 PC와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훈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은 "온라인 개학에서 정보지식의 사회적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뉴욕공공도서관은 핫스팟과 태블릿 PC 등을 대여하는데 우리나라 공공도서관들도 이런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공공도서관 공동으로 = 공공도서관들이 진행하던 독서문화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현주 인천도서관연구회 사서는 "도서관마다 시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 전염병에 대한 강연, 코로나19 이후 대전환 시기에 대한 모색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정신적 안녕을 위해 학습 프로그램을 제작해 제공하면 어떨까"라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넘어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SNS에서 주장해 호응을 얻었다. 개별 공공도서관들이 강의를 영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면 지역별 공공도서관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영상화하는 등의 방법도 모색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은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2023)에 '라이브러리 무크(L-MOOC) 플랫폼 구축 운영'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마포중앙도서관은 이화여대 사학과와 협력해 해마다 진행하던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준비해 관심을 모은다. 오는 22일부터 5월 13일까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4차례에 걸쳐 '러시아 도시로 보는 서양 현대의 역사적 변동'을 방송한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도 이달 '1인 미디어제작 : 나만의 VLOG(브이로그)만들기'를 주제로 온라인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군포시중앙도서관. 현재 임시휴관 중이다. 사진 이의종


◆"혁신적 정책 개발 중요" = 나아가 공공도서관에서 온라인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도서관위원회와 문체부 등이 이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변화에 따른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진우 성북문화재단 도서관사업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준재난시기에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가 지금까지의 고민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우리 사회의 변화에 맞춰 도서관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가 모색돼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인쇄자료 중심이었던 도서관이 전자자료를 확대하고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과 함께 우리 삶과 지역사회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변화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도서관의 적극적인 역할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한 각 도서관 현장에서의 노력뿐 아니라 도서관 정책 부서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 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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