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증권사 규제 대거 완화

2020-05-06 12:19:59 게재

20대국회 종료 한달 앞두고 본회의 통과 … 민주당 50여명 총선 후 찬성으로 돌변

박영선 장관 인터넷은행법 반대

산은, 40조기금 관리 '우려 높아'

20대 국회 임기를 한 달 앞두고 금융관련 규제가 무더기로 풀렸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을 높여주기 위해서 사실상 특혜를 준다는 비판으로 진통을 겪었던 인터넷은행법이 통과됐다.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묶여 있던 금융투자업자(증권사 등)에 대한 각종 규제도 대폭 풀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한국산업은행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의 개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5월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마지막 국회가 될 수도 있는 본회의에서 규제 완화 법안이 대거 처리된 것이다.
인터넷은행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이번에 통과된 금융관련 법안은 주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시장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유지됐던 각종 규제가 상당수 완화됐다. 증권사로 대표되는 금융투자업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돼 사후규제 형식으로 전환했다. 금융위는 "금융투자업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업행위 규제가 개편됐다"면서 "모험자본 공급기능이 강화되고, 자본시장의 혁신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정보교류차단(차이니즈월) 규제 체계 개편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 확대 △겸영·부수업무 신고 사후보고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증권사 등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의무화하고, 벌칙을 강화하는 등 규제완화에 따른 자본시장의 혼탁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 등 소비자 피해를 가져온 자본시장 혼탁행위가 사모펀드 등에 대한 규제완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에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의 투자자산에 대해 제3자에게 업무위탁이 확대되면 그만큼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사후에 책임을 지운다는 것과 고객의 투자자산을 보호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법은 대표적인 특혜 법안으로 지목됐지만 이번에 결국 통과됐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소유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법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 대주주인 KT가 자본 확충을 못하는 것을 풀어주기 위한 핀셋 규제완화로 지목됐던 현안이다. 이번 법 통과로 KT는 케이뱅크에 대한 추가적인 증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행법 통과 과정에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보인 태도의 돌변도 논란이다.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80명이 넘는 반대표가 나와 부결됐던 인터넷은행법은 이번에 23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5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이 불과 한 달 만에 태도를 바꿔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그동안 이 법에 강하게 반대했던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민생당 채이배 의원 등이 막판까지 저항했지만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박영선 중소기업부 장관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내각에 참여한 국회의원으로 정부여당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박 장관은 평소 금융부문의 규제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었다.

산업은행법을 바꿔 40조원에 달하는 '기간산업안정자금'을 설치하는 내용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 기금은 국민경제와 고용안정 및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 속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방위산업체와 외국인투자 제한 업종, 필수공익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40조원의 기금은 원리금에 대해 국가가 보증하는 기금채권이어서 한국은행도 매입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기금 운용과정에서 지원대상과 조건, 자금 회수 등을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지원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고용안정과 기업의 정상화에 따른 이익의 공유 등을 놓고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 대출과 자산인수, 보증, 출자 등 다양한 방식의 기금운용이 가능해 실제 지원과정에서 형평성과 공정성 등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한편 산업은행은 성주영 수석부행장을 단장으로 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설립준비단'을 발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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