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특별감독 직후 5번째 산재사망

2020-05-22 11:21:14 게재

노조 "고용부 감독, 회사에 경각심도 못 줘" … 2016년 12명 산재사망 재현하나

21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용접작업 중 질식해 숨졌다. 올해만 벌써 5명째다.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마친 다음날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이 2016년 12명의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악몽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21일 오전 11시20분쯤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파이프(직경 80cm) 알곤 용접작업을 하던 김 모씨(34)가 파이프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진 금속노종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파이프(직경 80cm) 알곤 용접작업을 하던 김 모씨(34)가 파이프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김씨는 현대중공업 1차 하청업체에서 재하청을 받아 일하는 '물량팀' 노동자로 배관용접 보조작업 중이었다.

김형균 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용접작업은 알곤가스를 파이프 안에 채우고 바깥쪽에서 용접한 후 파이프 안쪽 용접부위를 점검하기 위해 파이프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파이프 내부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아 산소부족으로 질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5월 30일에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용접용 알곤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김 실장은 "알곤작업 1곳에 원청 2개 부서에 소속된 2개 하청업체 작업자가 투입되면서 안전관리체계가 미비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가 중대재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산재사망 노동자는 원청 2명, 하청 3명 등 5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1일 현대중공업 소속 50대 노동자가 도장공장 대형 문에 끼여 숨졌고, 같은 달 16일에는 40대 노동자가 유압 작동문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지난 3월에는 바지선에서 야간당직 중이던 하청노동자가 익사한 채 발견됐다. 2월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 종료한 다음날 발생해 '부실' 논란이다. 고용부는 현대중공업에서 올 들어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안전점검을 벌였다.

이용우 수석부지부장은 전날 특별근로감독 관계자들에게 "특별감독 중에는 작업을 제대로 시키지 않다가 감독이 끝나면 평소 작업방식으로 돌아갔던 사례가 있으니 현장에 안전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특별감독 연장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지부의 간곡한 요구를 무시했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고용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20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 1974년 창사 이래 산재사망 노동자는 466명으로 매달 0.85명에 달했다. 이번사고로 467명으로 늘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특별근로감독이 회사에 아무런 경각심도 주지 못하고 현장을 바꾸는 것도 하나 없으니 이런 감독행위는 할 필요가 없다"면서 "곧 문을 열 21대 국회는 의원선서할 시간도 없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부터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LNG 운반선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잇따른 중대재해에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안전관리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던 중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해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고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관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보완해 사고 예방에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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