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국가'

2013-07-29 13:19:16 게재

장기체류 외국인 110만, 다문화가정 75만 … "다양성 존중하는 공감대 부족"

#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개웅중학교. 980여명의 학생 중 10여명의 다문화아동이 재학 중이다. 부모세대들이 받았던 '단일민족' 역사교육은 사라진지 오래다. 다문화아동이라 해서 특별히 차이를 두고 교육하지 않는다. 다만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 사회복지사 상담이나 어울림캠프 등을 제공하고 있다.

# 경북 안동으로 귀농한 주 모(49)씨는 요즘 마을회관에서 장구를 배우고 있다. 전통 악기를 배우는 시간에 가끔 같은 마을의 이주민 여성들도 참여해 어울린다. 선배인 이주민 여성들에게 한 수 배우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국가다. 주변에서 결혼 이민자나 외국인노동자를 만나는 경우가 흔하다. 개웅중학교 경우처럼 다문화아동들이 중요한 학교 구성원이 됐다.

실제 국민의 인식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82.7%가 '한국은 이미 다문화국가'라고 응답했다. 다문화국가가 아니라는 비율은 17.1%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현재 90일 이상 우리나라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은 근로자 60만명, 결혼이민자 14만명, 유학생 8만여명을 포함해 110만명 정도. 귀화한 사람을 포함한 다문화가정은 75만명 정도 된다. 외국인 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유경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아동·양육 지원과 언어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는 이미 국가적으로, 법률적으로 다문화사회를 인정한 것"이라며 "국민들도 체험을 통해 (다문화국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층이 다문화에 더 관심갖는 이유 = 내일신문 조사에는 국민의 다문화 인식과 관련해 특이한 통계들이 발견된다. 2030세대보다는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다문화국가 인정 비율이 높은 것. 20대의 다문화국가 인정 비율이 76.3%인데 반해, 60대 이상 연령층의 인정비율은 86.3%나 됐다.(30대 77.8%, 40대 85.8%, 50대 86.1%)

이념지형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진보층(80.0%)보다 보수층(84.8%)의 다문화국가 인정비율이 높았다. 젊은층, 진보층이 다문화에 대해 더 개방적일 것이라는 상식과 결이 다른 지표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순히 노령층에서 다문화사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노령층의 다문화사회 인식이 높은 것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 높은 관심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흑인차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어쨌든 '비판'과 '우려'조차 급격한 다문화사회로 가는 데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인식이라고 본다면, 국민 다수가 한국사회를 다문화국가로 인정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배타적 우월주의 뛰어넘는 교육 필요" = 하지만 진정한 다문화국가로 나아가는 데는 아직 적지 않은 벽이 가로막고 있다. ''리틀싸이' 황민우군에 대한 누리꾼들의 악플에서 보여지듯 단일민족국가라는 인식에서 다문화국가라는 인식으로 바뀐 데 대한 국민 내부의 저항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복정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문화가족본부장은 "아직 우리 사회는 소수자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감대가 부족하다"며 "가난한 이주자들에 대한 우월주의 등 배타적인 신념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모종린 국제처장도 "합리적인 이민(다문화)정책을 추구하는데 혈연적 민족주의, 국내 중심적 사고, 지도층의 무관심이 방해하고 있다"며 "시혜적인 인정보다는 파트너십을 가지고 이주자들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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