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도 빌려줘' 진화하는 서울 자치구 복지

2020-06-02 11:29:45 게재

직장인 임신부에 가사도우미

위기아동 자립지원책도 눈길

서울 자치구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느때보다 바쁜 가운데 틈새복지를 확대, 눈길을 끈다.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돌봄차원을 넘어서 취약계층 등을 위한 돌봄 폭을 넓히고 있다.

위기 아동·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우선 주목된다. 서대문구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 만 18세가 되면서 퇴소해야 하는 이른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사회첫걸음 수당'을 마련했다. 복지부에서 자립수당을 지급하는데 이와 별도로 매달 20만원씩 3년간 지원, 사회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말 20명이 처음으로 혜택을 봤다.

서울 중구가 중림동 종합사회복지관 내에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네 빨래방을 마련했다. 서양호(가운데) 구청장이 빨래방을 찾은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중구 제공


강동구는 이달부터 학교밖 청소년 교통비를 지원한다. 공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이 진로탐색 직업체험 등 다양한 과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는 취지다. 때문에 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나 청소년누리터 '하늘을 품는 배움터'에서 운영하는 과정을 2회 이상 참여했거나 대안학교 등에 재학 중인 청소년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지원금액은 9~12세 10만원, 13~18세 20만원이다. 상·하반기로 나눠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청소년증에 충전해준다.

구는 앞서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해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약자 주민에 '벌금'을 빌려주기로 하고 기금관리조례에 관련 항목을 신설했다. '장발장 구제방안'이란 별칭이 붙은 기금 공식 명칭은 '희망디딤돌'이다.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고 이로 인해 경제적 기반이 박탈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는 의미다.

개인 기업 단체 등 기부금으로 종잣돈을 마련하고 이르면 하반기부터 1인당 3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준다. 벌금을 내고 6개월 뒤부터 1년간 나눠 갚으면 된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지난해부터 관련 법률을 검토해 대표적인 사회·경제·형벌 불평등 사례를 찾았다"며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형벌 불평등 해소에 기여, 주민 모두가 더불어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취약계층에만 제공하던 '임신부 가정 가사돌보미' 서비스를 맞벌이와 다자녀 가구까지 지원한다. 30~39세와 40~44세 출산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위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 임산부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히 직장인 임신부는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데 따른 부담으로 유산 비율이 2006년 8.7%에서 2015년 24.5%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거나 둘째 이상 출산을 앞둔 가정을 비롯해 고위험군과 다태아·장애인 임신부 등은 하루 4시간씩 4회까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우미는 청소 세탁 등은 물론 임신부 식사 제공이나 위급한 경우 병원 동반 등 활동을 한다.

중구 '행복빨래방'은 쪽방 고시원 등 거주자와 함께 거동이 불편해 부피가 큰 세탁물을 처리하기 어려운 가구를 위해 마련했다.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이라 더 의미가 있다.

중림동 종합사회복지관 주차장에 3평 규모 공간을 마련하고 21㎏과 16㎏ 용량 세탁기와 건조기를 구비했다. 평일에는 도우미가 상주하면서 기기 사용법을 안내하고 소모품 관리를 맡는다. 거동이 불편해 직접 방문이 어려운 노인 등은 전화를 하면 도우미가 방문해 빨랫감을 수거하고 세탁·배달한다. 동에서 사회적일자리로 채용한 도우미는 취약계층 안부확인 역할도 겸한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주민들이 뜻을 모아 추진한 행복빨래방을 통해 취약계층 주민들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민들 제안으로 동네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업을 꾸준히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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