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기소 여부 검토하는 '검찰수사심의위' 주목

"이재용 시작으로 모든 국민도 누려야"

2020-06-04 10:43:58 게재

역대 8명만 심사 받아

사건관계인 신청 이재용이 두번째

위원회 최종결정 1달 걸려

위원회 활성화 촉발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함으로써 1년 반 이상 넘게 진행된 검찰 수사를 민간인인 외부 전문가들이 들여다보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 기소를 면하기 위한 마지막 꼼수'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이번 신청이 계기가 돼 위원회가 일반국민에게도 활성화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사진은 4월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한 이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수사심위 결정은 미국의 기소대배심처럼 강제력은 없는 '권고적 효력'을 가지지만, 다수 전문가들에 의한 결정은 검찰을 견제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3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이 부회장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검찰 기소재량을 통제할 길이 없다"며 "이 부회장을 시작으로 일반 국민도 제도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이 국민에게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국민여론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위원회 최종 심의결정은 1달 안에 나올 전망이다.

◆취지는 좋았으나 운영 '저조' =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 만들어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는 대검찰청예규에 규정돼 있다. 예규에 따르면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위원회가 설치됐다.

그런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은 저조하다. 3일 대검찰청이 제공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2018년 4월 5일에 처음 운영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8건에 대해 위원회 심의가 이뤄졌다. 위원장은 양창수 전 대법관이며 법조계와 학계 등 150~250명의 위원을 두고 있다.

위원회 심의결과 공개 여부는 위원회 결정에 따르는데 유일하게 공개된 것이 안태근 전 검사장 사건이다. 2018년 4월 13일 위원회는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과 인사보복 혐의를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기소의견을 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예규에 따르면, 위원회는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성성·적법성 여부 △기타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을 심의할 수 있다. 지방검찰청 검사장 뿐 아니라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고소인, 피해자, 피의자 및 그들의 대리인)등도 신청할 수 있지만, 사건관계인에 의한 신청은 저조하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우가 (위원회가 열리는) 사건관계인에 2번째 신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심의위 규정, 예규 말고 형사소송법에 규정해야 = 현재 법규적 효력이 없는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을 형사소송법으로 승격해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 변호사는 "형소법 제2편 1장 수사편에 규정해 심의위 실체를 명확히 해서 규범력을 높여야 위원회운영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수사자문위원 등은 형소법에 규정돼 있는데, 검찰수사심의위 규정도 못 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형소법은 수사편에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직권이나 피의자 신청 등에 의해 전문수사자문위원회를 지정해 수사절차에 참여하게 하고 자문을 들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처럼 검찰수사심의위 규정도 모든 국민에게 법규적 효력을 미치는 형소법으로 상향시키자는 것이 천 변호사 주장이다.

한편, 검찰 출신인 최창호 변호사는 "피의자가 위원회를 신청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이 부회장이 기소를 피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보이지만, 꼭 필요한 절차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삼성 측 관계자는 "이렇게 오랫동안 수사하니 우리 측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위원회 소집을 신청했겠냐"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방어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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