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 투입, 상황에 달려있어"

2020-06-04 11:10:08 게재

핵심 참모들 반기에 한발 물러서나 … 에스퍼 "군 동원은 마지막 수단"

군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공개 브리핑 발언이 나온 뒤 보수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군 병력 투입과 관련,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상황에 달려있다"며 "우리가 그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의 주방위군 |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3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에서 주 방위군이 경계를 서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이날 인터뷰는 초대 백악관 대변인인 숀 스파이서가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30만명이 넘는 매우 강력한 주 방위군이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도시들에서 안전이 필요하다"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 및 워싱턴DC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 시위를 진압한 것을 거론, "그들은 상황을 매우 쉽사리 처리했다. 칼로 버터를 자르는 것처럼 매우 쉬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향해서는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재앙"이라고 직격한 뒤 "그들이 조만간 바로 잡지 않는다면 내가 해결할 것"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집회 참석자들을 겨냥,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러나 약간 이르다"며 "시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장하는 이들이다. 정말로 흥미롭다. 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주장하면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로 뛰어들어 소리 지르고 고함을 친다. 이는 좋은 일이 아니다"고 비꼬았다.

한편,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된 펜타곤 브리핑에서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전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와중에 국방장관이 TV로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반박에 나선 셈이다. 국방장관 외에도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역미군의 출동명령 만큼은 피해달라고 만류한 것으로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전했다.

국방부는 대통령 발언 후 노스캐롤라이나 주둔 공정사단 병력과 헌병 등 현역미군 1600명을 워싱턴DC 외곽에서 출동대기 태세에 돌입시켰으나 원대복귀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에서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교회 방문에 동행하게 될 것은 알았지만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평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 에스퍼 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샀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 확산을 초래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다.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 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해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결이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시위현장을 '전장'으로 표현했던 데 대해서도 "다른 표현을 썼어야 했다"고 물러섰다. 워싱턴DC의 시위현장에 의무수송용 헬기가 저공비행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미 전역으로의 시위 확산 속에 군이 정치화한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에스퍼 장관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나는 국방부가 정치에서 떨어지도록 매우 노력하고 있는데 대선에 다가가고 있어 최근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