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750만 재외동포, 교과서에 그들의 존재는 없었다"

2020-06-08 11:42:16 게재

2022년 교육과정에 '재외동포' 기술 주문 … 미래사회와 통일대비 중요한 자원

재외동포 750만명 시대. 하지만 헌법에는 재외동포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다. 한국사회에서 재외동포의 존재는 평가절하 되거나 지워지는 분위기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특수상황에서 재외동포들의 활동과 역할은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 한국사회에서 재외동포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클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인식전환을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편집자 주>

“세계는 초연결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750만 재외동포의 역할과 기능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급한 것은 한국사회가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전환인데, 이는 교육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재외동포에 대한 정확하고 깊은 이해를 위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통일에서 재외동포의 역할은 상상이상으로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이사장 │1956년생/ 대광고/ 연세대 불문과/ 1987년 미국 이민/ 한국일보 LA지사 기자/ (사)유엔인권정책센터 이사/ 김영옥평화센터 이사장/ 공군·육군 정책발전자문위원/ 9대 재외동포이사장/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 문제 집중보도, 2001년 한국기자상 특별상 수상. 퓰리처상 후보/ 저서로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

“자녀들에게 세계무대로 진출하라고 하는 것은 곧 재외동포(재외국민)가 되라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재외동포 문제와 연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이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미래 한국사회의 변화과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한국의 인구감소 문제를 재외동포와 연결해 짚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교육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한 이사장이 2017년 10월 이사장으로 취임당시 초중고 국정교과서에는 재외동포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수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많은 교육계 인사와 국회 문을 두드린 결과, 지난해 국정교과서(2015교육과정)에 재외동포라는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재외동포 관련 단어는 불과 6군데 등장하는데 그쳤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치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재외동포에 대한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고 사회로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등교과서에 수록된 재외동포 기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인 윤동주와 도산안창호 선생을 소개한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윤동주 시인을 소개한 대목 일부에 ‘재외동포 시인’이라고 적시되자 언론과 정치권, 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해방이전 특정인물의 ‘재외동포’ 기술에 대해 중국의 동북공정 악용 소지가 있다면 삭제를 주문했다. 교육부는 즉시 ‘초등 국정도서 수정 검토’에 들어갔다. 수정 보완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와 기관 의견을 수렴, 초등국정도서 재외동포기술관련 11건에 대해 수정보완검토를 마쳤다. ‘재외동포시인 윤동주’를 ‘시인 윤동주’로 고쳤다. 초등 6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수록된 도산 안창호에 대한 기술도 바꿀 계획이다. 안창호 연설문을 소개한 단원의 주석(도산 안창호: 조선말기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재외동포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을 올 8월 보급할 교과서에서 삭제될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해방이전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수많은 인물들이 재외동포 논쟁에 휘말렸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하거나, 이름이 알려진 인물은 재외동포에서 지우는 분위기다. 한 이사장은 “해방 이후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 인물들이 많다. 학생과 기업가 등 이들의 삶과 활동내용을 소개하면서 재외동포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포라는 개념을 ‘한국인과 외국인 중간’쯤에 놓는 이분법적 사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90일 이상 생활하면 재외동포로 분류된다. 선거권이 주어지는 재외국민도 재외동포에 속한다. 한 이사장은 “이른바 잘나가는 인물은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동포라는 불편한 ‘국민정서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한국 인구절벽시대, 재외동포 역할 커= 다음으로 한국사회의 인구감소 문제를 제기했다. 인구절벽시대를 맞은 한국의 인구감소 현상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40년 후 한국 전체 인구는 400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150년 후에는 신생아가 1만명도 안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정부는 인구증가 정책에 예산과 공을 들이고 있다. 저출산 극복 관련 예산은 30조원에 달한다.

청년 일자리와 교육, 주택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한 이사장은 인구절벽 시대 대안으로, 재외동포에 대한 관점 변화를 제시했다. 이민정책도 인구보완을 위한 대안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동력 공급을 위한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지원하는 다문화 정책도 인구감소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이사장은 “유럽의 경우 재외동포 정책에 눈을 돌리면서 인구증가와 문화, 교육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재외동포 역할은 공공외교의 한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50만명 중 270만명이 한국국적을 보유한 ‘재외국민’이다. 나머지 500만명이 재외동포로 분류된다. 재외국민에 대한 배려도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도 재외동포에 포함된다.

2016년 총선당시 재외선거인은 247만명에 달했다. 이중 투표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15만여명, 실제 투표자는 6만여명에 그쳤다. 투표소 설치가 3개까지만 허용되는 현행법 때문이다. 유권자 대비 투표율을 2.5%에 불과했다. 재외동포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라는 게 한 이사장 설명이다.

750만 재외동포 중 대부분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동포다. 미국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구성된 동포는 한국 근현대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기 중국과 일본 등에서 독립운동을 하거나, 강제이주를 당한 동포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반도 중심에 몰려있는 재외동포들의 삶과 활동은 미래 평화통일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게 한 이사장의 분석이다.

◆ 한국사회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 “해방전 독립운동과 한국전쟁 이후 경제개발, 88올림픽, IMF외환위기 등 한국사회 변곡점에서 재외동포들의 활동은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을 잊은 적이 없고, 위기가 닥치면 앞장서서 참여했다” 한 이사장은 해방이후 한국사회에 미친 재외동포들의 활동을 설명했다.

일본에 설치된 한국 공관 10개중 9개는 재일동포가 무상으로 기부한 시설이다. 88올림픽 당시 재일동포들이 모금한 돈은 100억엔. 당시 한국돈으로 6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정부 예산으로 환산하면 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IMF외환위기에도 재외동포들의 기부행렬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국민은 금모으기 운동으로 15억 달러를 모았다. 재일동포들이 외환국채발행과 모금해 한국으로 보낸 돈이 20억달러였다.”고 말했다. 독일과 미국 동포들이 보낸 돈도 5억달러가 넘었다. 재미동포들은 1919년 임시정부 산하에서 신흥무관학교 전신인 한인 비행가 양성소를 건립했다. 미국에 최초로 한인 공군사관학교를 세운 셈이다.

당시 임시정부는 일본의 막강한 육군과 해군의 군사력을 피해 공군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 이사장의 재외동포 활동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도 재외동포의 희생과 참여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시선”이라며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를 위해 법과 제도, 예산을 어떻게 편성하고 집행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2022년 국정교과서에, 한반도 미래 평화통일을 함께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750만 재외동포들의 삶과 활동내용을 기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외동포재단 = 재외동포재단은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9대 이사장으로 외교관 출신이 아닌 재외동포가 임명됐다. 앞서 1996년 재외동포재단 설립 의결이 통과되고 재외동포재단법을 제정했다. △재외동포 교류사업 △재외동포의 모국방문사업 △국내기관과 재외동포사회와의 인적교류사업 △재외동포 지원 활성화를 위한 학술연구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항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다. 재외동포를 대한민국의 외연확대로 보고, 750만 동포가 한반도 평화통일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단은 재외동포 헌법 명시와 국정교과서 재외동포 내용 확대, 재외동포 관련 시설 건립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50여개 국가 중 24개국이 헌법에 재외동포를 적시하고 있다. 우선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마곡지구에 재외동포 교육문화센터를 건립중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재외동포들을 위한 교육과 연수시설로 사용할 계획이다. 재외동포들도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문제도 재단의 관심사항이다. 나라가 지키지 못한 해외입양아 20만명도 지원 대상이다. 해외입양아 자녀까지 합치면 50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위한 인권사업부를 신설했다. 재단은 해외 입양동포의 친족 만남을 지원하기 위해 ‘DNA 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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