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장
65세 이상 활동지원 유지·일자리 다변화 필요
낮은 복지지출·협소한 장애범주가 '지원 제한' … "장애인 위한 정책기능 강화하겠다"
250여만명에 이르는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맞춤형 통합돌봄의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쌓여온 장애인 관련 사업의 난제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장애인개발원 본부에서 최경숙 원장에게 다양한 장애인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물었다. <편집자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1989년 설립 후 장애인 자립지원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해 왔다. 자평한다면.
장애인개발원은 88장애인올림픽이 열린 뒤 후속 조치로 개설됐다. 2000년도에는 체육 문화 예술 분야 사업도 했다. 관련사업이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갔고 개발원에 정책연구기능이 추가됐으며 중증장애인지원사업,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도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했지만 변화의 흐름을 좀 더 주도하고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있다.
■ 2018년 한국사회의 고령화 정도가 14.8%인데 반해, 장애인의 고령화정도는 46.7%에 이른다. 장애노인이 거주지역에서 온전히 생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환경을 제시한다면.
장애인이 노인이 되는 경우와 노인이 장애인이 되는 경우를 나눠봐야 한다. 고령화로 진입한 장애노인은 최근 4∼5년 크게 늘지 않았는데, 뇌졸중 등 병으로 인한 장애노인은 늘고 있다. 병으로 장애인으로 고착되는 것을 예방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장애인의 일상활동을 돕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있다. 그런데 장애인이 65세가 되면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로 넘어간다. 법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하루 최대 24시간, 장기요양서비스는 최대 4시간 가능하다. 65세 이상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는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
또한 안전한 주거환경을 갖추도록 거주지 내 시설 설비들이 준비돼야 한다. 대구 남구가 장애인 분야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진행 중인데 좋은 모델이 나오길 기대한다.
■장애인 법정의무편의시설 전국 설치율이 80.2%로 높아 보이지만 실제 장애인들은 외출 시 편의시설 부족이 가장 불편하다는 의견(49.7%)을 내고 있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새로 만드는 공공시설 공원 등(민간시설은 21년부터)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F 인증제도)에 의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전체 설치율은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마트나 동네 식당 같은 기존 시설이나 소규모 시설에는 미설치된 곳들이 있다. 장애인들은 편의시설이 미설치된 소규모생활시설들에서 불편함을 더 느끼는 것으로 본다. 이런 시설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 직장 내 장애인차별 문제와 관련 법적 의무교육 외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장을 위한 추가 교육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한발 더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차별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무원과 학령기 아동청소년에게 차별인식 개선교육을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 장애공감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강사양성지원, 대국민홍보, 장애인식 개선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코로나19사태 속에서 장애인 일자리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 장애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용지원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기존 장애인복지관 등 취업지원기관은 235곳인데 휴관이 장기화됐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을 통한 전년대비 취업률이 75% 수준이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나마 중증장애인 채용카페인 '카페 I got everything'의 취업유지가 93%여서 다행이다.
불법저작물 모니터링 재택근무, 공유차량 관리 등과 같이 비대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고용률은 15세 이상 전체인구 고용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2015년 34.8%에서 2018년 34.5%로 줄어들었다. 이를 평가하면.
취업률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지표도 있다. 경제활동참가 대비 고용률을 보면 1% 정도 늘었다. 이는 실제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한 사람들이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면 된다.
장애인고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연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인 고용률이 제일 낮다. 정부가 의무고용 등 여러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정신장애인은 2019년 등록 장애인 중 3.9%로 소수다. 그동안 정신장애인의 경우 일상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원보다는 주로 의학적 관점으로 접근을 했다. 정신장애인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뛰어넘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장애인서비스를 받으려면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상 인정되는 정신장애 범주가 굉장히 좁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섭식장애 외상후스트레스 등도 정신장애 범주에 포함된다. 우리나라 의무고용대상 폭을 늘리는 것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유럽·일본에서는 케어팜(치유농장)이나 농복 연계사업 등 장애인 일자리 다변화를 추진해 소득향상과 건강생활에도 기여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국내 장애인 일자리 다변화에 도입할 가치는.
장애인서비스가 도시와 농촌간 격차가 심한 문제의 대안 찾기로서 농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최근 치유농업법도 제정되고 농림부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장애인취업서비스 향상에 충분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취업이 어렵지만 제조업 등에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도입가치가 높다.
■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의 건강, 교육, 돌봄, 의료, 여가생활, 소득, 일자리 욕구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우선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담은 통합적인 정책안을 개발하고 이를 제도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행정적으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은 장애인은 한 사람인데 관련서비스는 부처별로 분절화되어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개발원이 수행하는 BF인증제도의 경우, 건축물의 종합데이터를 관리하는 국토부의 데이터 이용이 보다 원활해야 한다. 고용분야에서는 교육부 고용부와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이외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장애인복지지출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관련 최근통계인 2015년 OECD평균 GDP대비 장애인복지지출비율이 1.93%인데 반해 한국은 0.59% 수준이었다. 2017년에는 0.6% 수준이었다. 장애인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
또 장애인지원서비스를 장애인의 요구와 시대발전에 맞게 제공하기 위해 개발원의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담당자들의 잦은 이직은 결국 장애인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앞으로 장애인 범주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연구와 제도 개선에도 힘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