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인기'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관심 … '3.2%' 수준 절대금리 매력 부각
조기상환 미실시·상각·이자 미지급 가능성 낮아 … 발행기관 안정성
◆올해 최대 발행 기록 전망 = 19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3월 국내 기준금리가 0.5%p 큰 폭으로 인하한 이후 금융지주와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달 기준금리가 0.25%p 추가 인하하자 발행처와 금액은 더 많아졌다. 6월까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금액은 1조8500억원으로 지난해 총 발행금액의 73% 수준이며 2018년 연간 발행액(1.86조원) 수준에 달했다.
2월 BNK금융지주의 1500억원 발행 후 5월 KB금융(4000억원), 하나금융(5000억원),우리금융(3000억원)이 영구채 형태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달 12일에는 BNK금융지주가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마쳤으며, 23일 발행 예정이다.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높은 수요가 지속되자 금융지주들은 이를 반영해 발행액을 늘리고 있다. 크레딧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했던 4월 말 수요예측을 실시했던 KB금융은 기존 3000억원 모집 예정이었으나, 656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도 3500억원 발행 예정이었으나, 시장 수요가 몰리자 이사회 승인 한도(5000억원)까지 발행액을 늘렸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에도 2500억원 모집에 415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3000억원으로 발행액을 늘렸다. 최근 실시된 BNK금융지주의 수요 예측에는 당초 1000억원 모집 예정이었는데 22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말 메리츠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700억원 모집에 자금이 110억원 밖에 모이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은행계열 금융지주에 대한 투자 수요가 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본비율 확충 및 사업다각화를 위한 비은행 인수와 합병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추가적인 자본비율 확대 노력도 지속할 전망이다. 2020년 3월 말 은행계열 금융지주의 총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3.4%, 12.0%, 11.0%로 2019년 말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완충자본(자본보전완충자본, D-SIB 추가자본)을 포함한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다.
자회사의 자산 증가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자본 확충을 위한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늘어날 전망이다.
◆"높은 수익률 확보 전략" = 최 연구원은 △절대금리 매력 △발행기관의 안정성 △조기상환 미실시 가능성 낮음 등을 근거로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률 확보 전략을 제안했다.
저금리 환경으로 신종자본증권의 절대금리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현재 5년 후 조기상환 청구권(콜옵션)이 부여되어 있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3.2% 수준이다. 조기상환실시 가정 하에 AA- 등급 5년물 회사채 금리(1.88%) 대비 높다.
최 연구원은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후순위성 및 유사시 정부지원 이전의 손실부담을 반영해 선순위채 대비 3노치 하향 조정한다"며 "양호한 펀더멘털과 정부지원 가능성을 바탕으로 대부분 AAA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금융지주의 신용도를 감안할 때 등급 하향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조기상환 미실시 가능성이 낮은 점도 매력이다. 일부 글로벌 은행들이 경제적 실익을 이유로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하지 않은 경우가 있지만, 국내의 경우 현재 쿠폰 금리와 특정일(Call Date)이후 금리 간 차이가 작아 조기상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작다. 최 연구원은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는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경제적 실익보다 평판 리스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모두 Call Date에 조기상환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종자본증권의 상각 및 이자 미지급 발생 가능성도 낮다. 이미 자본비율이 규제 수준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신종자본증권은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 조달 자금을 전량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hybrid)증권이라고 부른다. 이는 BIS비율 계산 시 기본자본으로 잡히기 때문에 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수단으로 활용된다.
변제우선순위는 후후순위채, 영구채인 점이 반영되어 동일등급 크레딧물에 비해 금리 수준이 높다. 특히 5년 후 조기상환을 가정했을 때 동일등급, 동일만기 회사채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