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암치료·예방에서 사회복귀 지지로 확장"

2020-06-22 11:28:16 게재

생존율 70% 이상, 일상관리 중요 … "민간에서 할 수 없는 희귀질환, 암생존자 지원 강화"

우리나라 부동의 질병사망 1위인 암. 여전히 공포스런 질환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암치료율도 높아져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암치료 5년생존율은 70.4%로 OECD국가 중 최상위를 차지했다. 암수술 등 치료 후 생존자가 120만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생존자는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해 가정과 일터에서 적절한 지지가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18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국립암센터를 찾아 이은숙 원장에게 공공이 할 수 있는 암환자와 생존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방안을 물었다. <편집자주>

■암센터 설립 이후 주요 성과와 앞으로 목표는.

이은숙 원장은│국립암센터 원장(2017년 11월∼현재)/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2017년 5월∼2019년 4월)/국립암센터연구소장(2014년 10월∼2016년 6월)/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감사(2010년 11월 ∼2016년 10월)/고려대의대교수(2008년 9월∼ 2011년11월, 1995년3월∼2000년 11월)/고려대의대 종양외과학박사(1993).

2000년 암센터가 설립될 당시는 암에 걸리면 죽는 걸로 알았다. 치료 과정에서 가정 붕괴 파산 극단적 선택 등 암을 둘러싼 암울한 사례들이 사회이슈화 되던 시기였다. 설립 당시 암환자 전체 5년 생존율은 44%였는데 2017년에 70%를 넘었다. 그만큼 기여한 것이다.

요즘 '암관리가 잘되고 있는데 암센터가 중요하지 않지 않냐'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급격하게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암은 인류의 수명이 증가하는 한 계속해서 늘어 날 수밖에 없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은 암사망자가 매년 6만여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암은 발생 빈도가 높고 보장성강화정책으로 돈도 제일 많이 들어간다.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공이 검증을 해야한다. 20대 국회 마지막에 암관리법 통과시켰다. 국가암빅데이터센터 활동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은 민간에서 기피하는 희귀난치암 치료나 예방·사후관리 쪽에 더 포커스를 잡고 있다.

■암치료 후 5년 생존율이 70% 넘는다는 지표를 한국의 암치료수준이 높다는 근거로 삼는다. 초·중기 암환자를 조기진단 치료하면서 상대적으로 치료율이 높게 나타난 것 아닌가. 말기암환자 5년생존율은.

유방암이나 갑상선암 경우 조기진단으로 많은 환자를 미리 찾아내 수술했는데 환자가 다른 병으로 죽게 되면 괜히 한 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중요한 대목이다.

암수술 후 5년 생존율이 높아진 것은 치료기술 향상에 의해, 또 조기진단을 많이 해서 좋아진 측면이 있다. 갑상선암 말고도 직장암 71.8%, 위암 68.9%의 5년 생존율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대장이나 위는 용종을 찾아 제거하면 암이 예방된다. 내시경 목적이 암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암이 될 수 있는 용종을 찾아내 암이 안 걸리게 하는 것이다. 암종에 따라 조기진단의 긍정성도 봐야 한다.

전체 말기암 환자 생존율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암센터만의 진료 장점은.

다학제 암진료를 암센터가 한국에서 처음 도입했는데 지금 국내 많은 의료기관이 시행하고 있다. 양성자치료센터를 운영해 소아암이나 희귀 난치암·저소득층 환자 등을 치료하고 있다. 양성자치료와 비슷한 중입자치료를 서울대 세브란스 등에서도 도입할 예정이다. 선도적 사업을 펼쳐 국내 다른 의료기관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경우가 많다.

이제는 암치료 후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들을 살피고 있다. 생존자들이 겪는 직업의 상실 등 보건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뿐만 아니라 복지로 연결되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암생존자 통합지지센터 등을 통한 사후관리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암발생을 줄이기 위한 센터의 선도사업은.

암은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예방수칙을 꾸준히 발표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예방을 위해 바꿔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흡연이다. 금연콜센터도 운영하다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할 수 있게 돼 지금은 금연사업을 좀 줄이고 있다. 다만 입원형 금연캠프는 계속 진행 중이다. 암검진사업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나쁜 점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복지부와 논의 중이다.

■말기암환자 호스피스를 활성화해야 하지 않나.

그동안 입원형호스피스에 치중했는데 앞으로는 가정방문형 자문형 접근 등으로 옮겨가야 한다. 가정방문형 등을 시범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다른 질환들도 함께 봐야 한다. 호스피스보다는 웰다잉으로 가야하는데 국가생명윤리법, 요양병원, 수가 등 여러 부분의 변화가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 연명치료를 안해도 괜찮다(불효가 아니다)는 문화가 필요하다.

■암수술 후 적절히 요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요양병원에서 너무 많은 치료를 하려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결국 탈시설을 해야 한다. 탈시설을 하려면 퇴원시 동네 일차 진료와 연계하고 지역 중소병원에서 간단히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정보 교류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환자와 의사의 비대면진료나 비접촉진료. 그리고 의료인 간의 비접촉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최근 퇴원계획 시범사업과 커뮤니티케어사업에서 건강회복과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암 생존자의 사회복귀 욕구가 높다. 관련 센터 사업을 소개한다면.

암치료 후 가정과 일터로 다시 복귀해야 하는데 실상 만만치 않다. 치료 후 건강관리가 지속돼야 하는 상황이여서 사회적지지가 필요하다. 암센터는 직장복귀 준비 프로그램, 학교복귀 프로그램, 운동과 식생활 안내, 심리지지를 통한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암환자 사회복지원센터 '리본 Re:BORN'을 고양시와 협력해 개설했다. 암환자들이 가진 재능과 치료 경험을 살려 창업이나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암환자들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도 창립됐다. 앞으로도 암생존자들이 암환자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경제·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한의학 민간의학 영역에 대한 개방적인 연구활동을 선도할 계획은.

암센터는 암치료 및 부작용 완화에 한의학을 접목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암치료의 협진 추진을 위해 근거 창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한의약진흥원과 '생물전환된 생약조성물을 포함하는 혈관형성 저해용 조성물 및 이의 제조방법'에 관한 양기관 공동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진흥원과 공동세미나도 개최했으며 양한방 융합형 항암제 개발을 논의하고 공동연구를 위한 협력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남북보건의료협력을 위한 평화의료센터를 열었다. 주요활동은.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위해 고양시와 설립했다. 먼저 고양시 거주 새터민을 대상으로 건강행태조사사업을 수행해 북한주민의 건강상태와 행태를 이해하고 질병의 예방 조기진단 치료 지원 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질병언어 비교연구를 진행해 북한주민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인 교육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센터가 강화할 부분은.

암환자와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암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암학회와 '코로나19 상황에 기반한 암환자 진료에 대한 권고사항'을 4월에 발간해 의료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국가암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암관련 데이터를 연계해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데이터 융합플랫폼을 구축·공유할 계획이다.

김규철 김아영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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