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구실 안전, 표준화된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2020-06-23 13:06:45 게재
오권영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시험분석본부장

‘안전사고’라는 말이 있다. 건설현장을 지나다 보면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어린이 안전사고 급증’ 등의 뉴스도 자주 접한다. 사실 ‘안전’과 ‘사고’는 서로 상반되는 의미인데 한데 묶어서 쓴다. 사전적 의미에서 안전사고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고’를 가리킨다.

공사현장뿐 아니라 안전사고라는 말이 빈번히 쓰이는 곳 중 하나가 연구실이나 실험실이다. 최근 다양한 융·복합연구들이 활성화되면서 연구실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불어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위험성 또한 높아졌다. 관련 보도에 의하면 연간 발생하는 연구실 안전사고는 평균 300건이나 된다고 한다.

연간 연구실 안전사고 300건 발생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18년 7월 경기도 수원에서 전북 익산으로 이전했다. 이때 농약 비료 농업환경(토양·수질) 농축산식품 사료 유전자 등 농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시험분석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96개의 연구실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농업 분야에서 재단이 하는 일은 매우 광범위하다. 농촌진흥청 등 국가기관에서 개발한 우수한 특허기술의 이전과 사업화가 주 업무이지만 벤처창업 종자보급 스마트농업 시험분석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그중 시험분석본부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민간에서 분석을 꺼려하는 제초제부터 농식품의 기능성 성분까지 약 1400여개의 항목을 시험·분석하고 있다.

이때 사용하는 시험장비 시약 등 많은 유해인자가 연구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모든 안전사고가 그렇지만 연구실 내 안전사고 역시 잠깐 방심하는 사이 혹은 ‘설마’하는 순간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재단에서는 연구실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설확충은 물론 매월 연구실 안전 DAY 운영, 위험물 안전사고 예방훈련 등 자체 안전보건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런 노력의 성과로 지난해 11월 농업분야 공공기관 최초로 ‘안전관리 우수 연구실 인증’을 획득했다. 당시 인증획득을 위해 적합한 연구실 안전모델을 찾아봤지만 별다른 기준이 없었다.

기존 대학교 연구실이나 민간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매뉴얼 체계를 벤치마킹하려고 했으나 농업 분야 연구실에 적용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연구실안전법 제정으로 제도적 기준 생겨

농업 분야는 대학 뿐 아니라 농약·비료 제조사,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시험검정기관 등 다양한 유형의 연구실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농약 비료 등 유해인자에 상시 노출된 농업 분야 연구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체계나 표준화된 연구실 모델이 없다는 사실이다.

20대 국회 막바지인 5월 20일 ‘연구자 보호’를 골자로 한 ‘연구실안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연구실 내 보호구 비치 및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또한 ‘연구실 안전관리사’라는 전문자격제도 신설 등 새로운 연구실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각 기관에서는 위해방지를 위한 보호구 지급, 자체적인 안전관리체계 개선, 위험물질별 안전교육·훈련 등을 통해 자생적인 안전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더불어 정부에서는 안전사고 없는 연구실을 위해 농약 비료 사료 등 유해물질별 표준화된 연구실 안전모델과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그 모델이 현장에 조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