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시대, 20대가 위험에 빠졌다

2020-07-01 11:13:06 게재
김현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 28살 K는 얼마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6개월 이상 대출이 연체됐고 월세는 보증금을 까먹고 있었다. 알바 자리는 2월 코로나 여파와 함께 날아갔다. 대학을 졸업한지 세째 해가 됐지만 취업을 위해 준비해왔던 기관은 아예 모집 공고도 하지 않았다. 지방에 있는 부모에게 재난 지원금 일부를 송금받았으나 그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 29살 A는 극단적 선택 생각에 휩싸여 있다. 대학원 휴학 중으로 카드현금서비스를 갚지 못하고 있다. 손을 내밀 가족이 없다. 홀로 계신 어머니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대학부터 10년간 혼자 힘으로 살아왔다. 간간히 도움 받던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비빌 언덕조차 없어졌다. 이런 어려움이 평생 계속 될 것만 같다.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본인에게는 정말 해당사항이 없는 것 뿐이다. 용돈 벌이 하던 것조차 모두 끊어졌다. 세상을 떠야겠다는 생각 외 없다.


청년 빈곤층에서 이런 사연은 흔히 접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20대의 운명이 지금 위태롭다.

국가 자살동향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자살자수는 크게 늘지 않았으나 20대의 극단적 선택은 전국적으로 늘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3월∼4월에 걸친 20대들의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수는 전국의 2배에 가까웠다.

또한 수도권 대학병원이나 응급실에서의 극단적선택시도자수도 현재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대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

이미 몇 개의 금융기관과 경제 연구소에서 20대들의 곤란함을 알리기 시작한 바 있다. 나라살림 연구소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20대들의 현금 서비스 이용률과 연체율은 3월부터 늘어나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현금 서비스를 쓰고 있다. 대출 연체액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 연구소는 '학자금 대출 부담, 취업한파, 알바 감소' 등 3가지 요인을 이유로 들었다. 또 다른 고용 관련 통계도 20대 연령층에서 실업률의 증가와 고용률의 감소가 코로나19 직격탄과 함께 나타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잘라낸 일자리는 다름 아닌 20대들의 일자리였다.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된 지표들이 50대와 20대가 동시에 나빠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50대의 중소상공인들이 폐업 혹은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라면, 20대의 비정규직 혹은 알바생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이었다. 수입원이 사라져서, 현재 이 시기에 가장 궁핍한 빈곤을 경험하는 것은 20대 빈곤층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20대들의 외로움 혹은 20대 1인 가구의 사회적 안전망 위기이다. 1인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층이다. 20대는 1인 가구 중에서도 여성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국가응급의료정보망을 살펴보면, 서울시 20대 여성의 극단적선택시도율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타연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들의 극단적선택 시도와 극단적선택에 대한 개입이 시급하다는 증거들이 즐비하다.

사실 모든 1인 가구가 외롭거나 불안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20대 청년들의 1인 가구 중에서 빈곤과 외로움 문제는 다른 연령대의 1인 가구와 다르게 더 큰 비율을 차지한다. 주거빈곤율은 5년 단위 조사인데 그 마지막 조사인 2015년 조사에서 전체 20대 1인가구의 37.2%가 주거빈곤에 해당됐다. 이들의 불안정은 사회적 활동의 위축과 관계망의 축소로 이어진다. 은둔형 외톨이의 주 연령층도 20대다. 극단적 선택 이외의 20대 사망 중 고독사는 1인 가구의 가장 비극적인 결과다.

1인 청년가구 대책 매우 시급

시급하다라는 말이 부족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가나 사회가 놓치고 가는 계층이 있다면 청년 빈곤층이다. 청년 중 일부의 삶이 사라졌다.

방역에는 성공하고도 또 다른 생명의 위협을 지키는데 실패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를 공격하는 방식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건드리는 것이다. 20대 청년이 위험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