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결사 반대"

2020-07-02 11:24:23 게재

'차량기지 논란' 광명 밤일마을 가보니

"이전 명분 보금자리 무산됐는데 강행"

도시 두동강 나고 녹지축·식수원 위협

"서울 구로구 민원해소를 위해 왜 광명시민이 희생해야 합니까?"

1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밤일마을에서 만난 박철희 '구로차량기지 광명이전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집행위원장은 "특정지역 민원을 다른 지역에 전가하고 부동산 개발해 3조원의 이익을 남기려는 사업이 어떻게 '국책사업'이란 명분으로 추진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구로차량기지 이전 대상지인 광명시 밤일마을에서 만난 박철희 공대위 집행위원장이 차량기지가 들어설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광명시의 산림축 훼손, 식수원(노온정수장) 오염, 도시 발전 저해 등을 초래할 차량기지 이전에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곽태영 기자


밤일마을엔 '구로차량기지 광명이전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마을 입구에서 500m쯤 들어오면 도덕산 둘레길이 시작된다. 국토교통부 계획안에 따르면 이곳에 차량기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최장 폭이 315m, 전체 길이는 1.2㎞에 달한다. 지하의 철로가 차량기지가 시작되는 밤일마을 주택가에 인접해 땅위로 올라와 전체 49개 유치선과 경수선 공장으로 이어진다. 박 집행위원장은 "계획대로라면 주택은 물론 인근 논·밭과 구름산 둘레길, 노온배수지 진입도로도 모두 없애거나 옮겨야 할 상황"이라며 "차량기지가 들어오면 500여명의 마을주민이 겪을 고통도 문제지만 광명시는 도시 전체가 단절되고 '철도기지 도시'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 정치권 등이 모여 공대위를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공대위는 지난달 30일 광명시민운동장에서 시민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공대위가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추진의 정당성과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차량기지 논란의 시발은 '구로구 민원' = 구로 차량기지 이전 논의가 시작된 배경은 '주민 민원'이었다. 차량기지가 조성된 1974년 당시 구로구는 서울시의 외곽이었으나 점차 도심화되면서 소음 진동 등에 따른 민원이 증가했다. 그러자 정부는 2005년 6월 국무회의에서 구로차량기지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수도권 발전종합대책에 포함, 이전 논의가 가시화됐다. 하지만 이전지로 지목된 지자체의 반발로 수년 간 공전됐다. 2008년 12월 타당성조사가 진행될 당시 광명시 노온사동(현 이전 대상지)은 구로구 항동과 부천시 범박동에 이어 3순위 후보지였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택지개발에 따른 교통대책으로 구로차량기지의 광명 이전 방안이 급부상한 것이다. 당시 광명시는 보금자리지구 지정과 차량기지 지하화, 지하철역 추가 신설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국토부도 2010년 3월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광명·시흥지구를 선정하면서 차량기지 지하화와 역사 신설 등을 담은 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금난 등으로 광명·시흥지구 개발이 불투명해졌고, 결국 2014년 9월 보금자리지구가 해제됐다. 박 집행위원장은 "구로 차량기지 이전은 차량 포화라든지 구조적 문제와 전혀 상관없이 민원해소 차원에서 시작됐고, 중간에 당근책으로 제시된 보금자리주택 개발이 무산돼 명분도 사라졌다"며 "사업의 정당성과 명분이 없으니 이전 계획도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금자리지구가 해제됐지만 국토부는 2016년 12월 타당성 재조사를 마치고 관계기관 협의 등 기본계획수립 절차를 밟고 있다. 조만간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거쳐 기본계획 고시, 실시설계에 들어가 2027년까지 이전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광명시가 제안했던 '차량기지 지하화'와 '지하철역 5개 설치', 광명시민 협의 참여, 제2경인선 연계 등의 요구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명시도 '이전 반대' 입장을 명확히했다. 광명시가 최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차량기지 광명 이전'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가 61.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국토부를 제외한 관계기관 어디도 차량기지 이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구로구 주민 민원해소 차원이라면 현 위치에 지하화해야지, 왜 구로구 민원을 광명시까지 연장하려 하냐"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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