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독립운동·역사도시'로 재조명

2020-07-03 12:37:04 게재

효창공원 중심 10년 사업 성과 톡톡

이봉창 기념관에 홍범도 묘소도 추진

"우리 대에 기념관이라도 마련할 수 있어 천만 다행입니다. 후손이 없으니 우리 주민들이 아들이 되고 딸 노릇을 해야죠."

민선 7기 2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오후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 인근을 찾았다. 효창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과정에서 기부채납 받은 공간인데 1층짜리 한옥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1932년 일본 도쿄에서 일왕에 수류탄을 던져 일본인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이봉창(1901~1932)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곧 들어선다. 성 구청장은 "직접 보니 감정이 복받친다"며 "스스로 죽음의 길로 걸어간 큰 뜻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기쁘고 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효창동 이봉창 기념관 공사현장을 찾아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용산구 제공


용산구가 효창공원을 중심으로 독립운동가와 한국 근현대사를 품은 역사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민선 5기부터 10년에 걸쳐 추진해온 사업이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효창동은 이봉창 의사가 나고 자란 곳이다. 용산구는 오랫동안 생가복원을 추진해왔는데 관련 문헌을 찾지 못해 기념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때마침 생가가 있었던 효창동에서 재개발이 진행, 484㎡ 공원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의사가 김 구 선생, 이동녕 초대 임시의정원 의장, 윤봉길 의사 등과 함께 잠들어있는 효창공원이 지척이다.

용산구는 아예 역사공원으로 바꿔 '이봉창 역사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념관 공사는 30% 가량 진행됐고 올해 안에 주민들에 개방될 예정이다. 성장현 구청장은 '취임 10주년 첫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이날 주민·간부들과 함께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며 사업 진척을 챙겼다. 툇마루며 초상화를 내걸 위치를 확인하고 나무 재질과 보수방식 등이다.

"볕 좋은 날 어르신들이 손자·손녀 손을 잡고 찾아와 차 한잔 하면서 앞서 살아오신 분들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 됐으면 했죠."

성 구청장은 "순국 88년만에 기념관을 마련하게 됐다"며 "2022년 문을 열 역사박물관에 기념관 추진 배경부터 설계도면까지 전시·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이날 기념관 공사현장 방문에 앞서 효창공원 의열사를 찾아 참배를 하면서 하루를 열었다. 새해 첫날이면 간부들과 함께 의식처럼 치렀는데 또한번 반복했다. 역사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방명록에 남다른 다짐도 적었다. "홍범도 장군님을 반드시 효창원에 모시겠습니다." 정부가 '봉오동 전투'를 이끌었던 장군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봉환하기로 한데 맞춰 의열사가 잠든 효창공원에 영면할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글이다.

논란이 많은 현충원보다 독립투사들이 잠들어있는 효창공원이 최적지라 판단, 조감도를 마련해 기념사업회에 전달했다. 성 구청장은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함께 유택(幽宅)을 둘러봤다"며 "'장군을 위해 남겨놓은 자리같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등록문화재인 옛 철도병원에 용산역사박물관을 건립한다. 미군기지 이전과 재개발·재건축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선조들의 삶과 문화를 보존하고 후대에 남긴다는 취지다. 이태원 유관순 기념비, 이봉창 기념관 등 그간 추진해온 역사바로세우기 사업 거점이자 지역 내 박물관 미술관을 연계하는 '역사문화박물관특구' 중심이 될 전망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런 일을 하라고 주민들이 구청장을 시켜주신 것 같다"고 주민들에 공을 돌렸다. 그는 "10년을 했기에 할 수 있었다"며 "정치권에서도 일할 사람이 역사를 써가도록 3선 연임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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