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수돗물 불안 확산
인천 공촌정수장 등 7곳에서 유충 나와
환경부, 고도처리정수장 점검 결과 … "원시적인 사고, 전문성 부족 등 근본 원인 해결"
인천 공촌정수장 등 7곳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정부 공식 조사결과가 오늘 나왔다. 운영상 문제가 확인된 곳도 12곳이나 됐다. 정부는 즉시 활성탄 교체, 세척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9일 인천에서 수돗물에서 깔따구가 나왔다는 첫 신고 뒤 서울·부산·경기 등 다른 시·도에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윤주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과거 식수에서 냄새가 난다 등의 문제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곳곳에서 유충 문제로 시민들이 불안해한 적은 없었다"며 "요즘같은 시대에 일어나서는 안되는 원시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21일 환경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전국 고도처리정수장 49곳에 대한 현장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 공촌·부평정수장을 포함한 정수장 7곳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유충이 나온 정수장은 인천 공촌, 인천 부평,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정수장 등이다. 방충망 미설치 등 운영상 문제가 확인된 정수장은 12곳이다.
환경부는 "인천 이외의 지역은 활성탄지 표층에서 유충이 발견되었으나 정수장 후단 배수지·수용가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충 발견 이후 즉시 활성탄 교체 또는 세척·오존 주입율 상향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활성탄지 외에 관로 말단 및 배수지에도 거름망을 설치하여 확인중이나 현재까지 유충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돗물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상수 관리 안전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주환 명예교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사람이 먹는 물인만큼 정수장 운용 매뉴얼도 까다롭고 복잡한데, 문제는 이를 제대로 다룰만한 인력이 현장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수장 등 환경시설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늘 한직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며 "고급인력 배치 등 지자체장의 인식변화가 없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부)도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이번 문제를 해결 한 뒤 상수 관리 분야의 해묵은 문제들을 차분히 살펴봐야 한다"며 "그동안 꾸준히 문제라고 여겨왔지만 심층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부분들을 발굴해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날벌레가 고도정수처리시설에 알을 낳고 여기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로를 따라 각 가정집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오존 처리 시설을 완전히 밀폐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가동하다 날벌레가 정수장 내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 조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에 맞추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시설적인 문제로 인해 유충이 유출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전문가들과 논의하여 상수도 설계 기준을 개선하고, 운영 부문에서는 고도정수처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활성탄지의 운영관리 세부 사항을 지자체 등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